암흑의 거리에 생매장 아비규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9일 새벽 멕시코시티를 기습한 강도 7 8의 대지진으로 1천8백만 시민들이 한꺼번에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뛰쳐나왔고, 곳곳에서 대형빌딩과 아파트들이 계속무너지면서 사람들이 생매장되자 도시 전체는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했다.
○…가장 피해가 큰곳으로 알려진 멕시코 시티의 중심가 파세오 데 라 레포르마가는 2백80가구가 들어있는13층짜리 아파트건물이 내려앉아 한꺼번에 1천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외부와의 전화·텔렉스가 완전 두절된 상태에서 멕시코시티의 햄(아마추어무선사)들이 타전한 내용에 따르면 휴아레즈가의 고급호텔과 기타건물도 붕괴돼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멕시코 서남부의 게레로, 중서부의 미초아칸, 북서부의 합리스코주 일대도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시티 중심가의 호텔레기스와 호텔몬트리올이 완전히 붕괴되는등 이도시에서만 1백여개의 고층빌딩들이 완전히 붕괴되거나 부분적으로 파손됐다고 멕시코의 채널13-TV가 보도했다.
호텔레기스는 완전히 두동강으로 내려앉아 19일 하오까지 불길에 싸여있었으며 사고장소 곳곳에서는 잔해에 깔린 생존자들이 시멘트덩어리 틈새로 내민 손을 흔들며 구호를 요청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모든국제통신이 두절됐는데 이것은 멕시코의 모든 해외통신을 중계하는 중앙통신망이 화재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구조대는 전했다.
○…홍등가에 위치한 카사불랑카호텔에 묵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새벽 깊은잠에 빠져있다 요란한 굉음을 듣고 놀라 밖으로 뛰쳐 나왔는데 이들은 모두 잠옷바람이었다.
○…전국교사대회가 열리고있던 멕시코시티의 콘티넨틀호텔이 무너져 수많은 교사들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한 기자가 전했다.
○…『밤중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사방이 흔들리는 바람에 잠을 깼다. 침대를 뛰쳐나와 계단을 뛰어내려왔다. 투숙객들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고 있었다. 사방에서 건물의 부서진 파편이 날았다.
나는 무사히 탈출할수 있었으나 아내는 구하지 못했다』멕시코시티중심가에 위치한 13층까리 누에보리온호텔에 묵었던 투숙객 한명이 TV인터뷰에서 사색이된 얼굴로 이같이 전했다.
○…디나마르카가에 위치한 한 국민학교는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건물이 주저앉았는데 구조대는 수백명이 사망했을것으로 보고 생존자 수색작업에 나섰다.
살아남은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갈 스쿨버스를 기다리다 부모들이 달려오자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으며 건물이 파괴되면서 내뿜는 먼지가 안개처럼 뒤덮여 지옥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사고직후 「마드리드」대통령이 일반인의 차량통행을 삼가라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멕시코시티 거리는 수많은 차량들이 우왕좌왕하며 거리를 메워 구조작업에 지장을 초래했다.
이날 지진으로 멕시코 국회의사당과 멕시코시티의 상징인 혁명기념탑도 붕괴됐다. <외신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