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100년 기업 현황조사, 10분이면 되네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기사 이미지

9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주물 사무실에서 김종훈 주물장(오른쪽)과 아들인 김성태 주물장 전수자(가운데)가 인터넷을 통해 경제총조사 설문 내용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은 유경준 통계청장. [사진 통계청]

9일 경기도 안성일반산업단지에서 차로 5분 걸리는 한적한 도로변. 안성시 서운면 양촌리에 작은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평범한 공장으로 보이지만 100년 넘는 역사가 숨어있다. 한여름보다 훨씬 후끈한 열기가 새어나오는 공장 안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가마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1910년부터 100년 넘게 4대를 이어 전통 방식으로 철주물 제품을 만들어온 ‘안성주물’ 공장이다.

안성 철주물 공장 조사 현장 가보니
생산 방법, 매출·종업원 변화 등
업체 정보 사전에 확보 쉽게 전산화
“전통기업 어려움 정책에 반영을”

안성주물의 김성태(52) 주물장 전수자는 올해 통계청이 실시하는 경제총조사에 참여하면서 처음 인터넷 조사 방식을 선택했다. 공장 바로 옆에 자리한 사무실 안. 컴퓨터 앞에 김성태 전수자와 아버지 김종훈(85) 주물장이 나란히 앉았다. 김 주물장은 경기 무형문화재 제45호이기도 하다. 유경준 통계청장이 일일 경제총조사 조사원 역할을 맡았다. 이날 직접 안성주물을 찾아 두 사람에게 자료 입력 방법을 설명하고 도왔다.

김성태 전수자는 통계청으로부터 받은 참여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사업체명과 주소 같은 기본 정보, 매출과 수익, 영업비용 등 사업 실적 정보가 자동으로 화면에 떠서 따로 입력할 필요는 없었다. 국세청에서 제공한 행정자료가 바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김 전수자는 맞는지 확인한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그가 직접 입력한 항목은 생산·가공 방법, 종사자 수와 연간 급여액, 연중 영업 기간 정도였다.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김 전수자는 “5년 전 설문 조사 방법으로 해서 일일이 묻는 내용에 대답했을 때보다 훨씬 시간이 짧게 걸렸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응답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많은 항목을 행정자료로 대체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올해 경제총조사 대상 약 450만 개 업체 가운데 42.3%의 행정자료를 사전에 확보했다.

김성태 전수자는 “100년 기업으로서 자부심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조사 때마다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성주물의 시작은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수자의 증조부가 가마솥 구멍을 때우는 일을 했고 24년 조부인 2대 김순성 대표가 주물공장을 세워 지금까지 왔다.

안성주물은 90여 년 전 통계 기록에도 나온다. 25년 일제 강점기 경기 안성군청이 편찬한 군지(郡誌) 『안성기략』의 공장표 항목을 보면 철주물 생산 통계가 나온다. ‘조선인, 철주물 1만2495개, 2992원’. 김 전수자는 “한 해 철주물 상품 1만2495개를 만들어 총 2992원에 팔았다는 뜻”이라며 “당시 안성에 철주물 공장은 하나였고 저의 조부가 운영했던 주물 공장에 대한 첫 기록”이라고 전했다.

5년 전 경제총조사와 올해 경제총조사를 통해 안성주물의 성장과 변화도 드러났다. 주력상품은 전통 방식으로 만든 가마솥과 주물 프라이팬 그대로다. 매출은 2010년 6억원에서 2015년 9억2900만원으로 5년 새 50% 이상 늘었다. 꾸준한 입소문 덕이다. 그

러나 직원 수는 21명에서 9명으로 크게 줄었다. 김성태 전수자는 “옛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작업 환경이 좋지 않다”며 “기술을 요하다 보니 다른 공장처럼 외국인 직원을 쓰기도 어렵고, 지금 40~50년 경력을 갖춘 직원들의 은퇴가 멀지 않았는데 전통 주물 기술을 배우겠다는 젊은 기술자를 찾지 못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경제총조사를 통해 드러난 이런 전통 기업의 어려움과 현실을 정부가 알고 정책에 반영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총조사=통계청이 5년 단위로 진행하는 가장 큰 규모의 경제 통계 조사. 기존의 산업총조사와 서비스업총조사를 합쳐 2011년 처음 시행됐다. 올해가 두 번째다. 국내 사업체 전체를(전수) 조사한다. 통계청은 인터넷 조사(6월 7~30일)와 방문 면접 조사(6월 13일~7월 22일)를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