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제 바닥 다지는데…‘빚’ 고민커지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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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물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 국가통계국은 “5월 산업생산이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서방 경제분석가들이 예상했던 대로다. 한 달 전인 4월치와 같다. 생산이 가파르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중국 내수의 온도계인 소매판매는 5월에 10%(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예상치와 한 달 전 수치는 10.1% 증가였다. 통계 오류를 감안하면 4~5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같은 셈이다.

부채비율 254%, 미국보다 높아져
통제 벗어난 돈도 3조6000억 달러
관리 못하면 금융 불안 커질 수도

글로벌 경제분석회사인 HIS의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브라언 잭은 “중국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둔화하고 있지만 이미 발표된 수출입 통계, 생산자물가(공장 출고가) 통계 등과 함께 살펴봐도 실물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발표된 5월 수출은 4% 감소했고 수입은 0.4% 줄었다. 특히 수입 증가율은 예상치(6.8% 감소)보다 좋게 나왔다. 내수가 좋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공장 출고가는 2.8%(예상치는 3.2%)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징조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예상치와 어긋났다. 5월에 10.5% 정도 늘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론 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톰슨로이터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민간 부문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5월에 3% 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공공 부문이 설비 투자를 늘린 덕분에 5월에 9%대 증가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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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산업생산과 소매판매의 바닥 다지기에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끈 경기부양 흔적이 뚜렷하다. 시진핑은 2014년 이후 한 분기에 거의 1조 위안에 이르는 신규 대출을 해주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최근 2년간 신규 대출이 꾸준히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시진핑이 경기가 둔화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빚이란 제동장치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부작용은 부채 누적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말 가계·기업·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54.8%였다. 반면 미국은 250.6%였다. 부채 비율에선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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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BIS·블룸버그

중국의 총부채 가운데 65% 정도는 기업부채다. 미국 등 서방처럼 공공 부채가 많은 것은 아니다. 중국 기업의 과다부채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우려 대상이었다. 지난 11일 데이비드 립턴 IMF 수석 부총재는 “중국 기업의부채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이 금융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하루 빨리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부채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화약고였다. 중국 기업부채도 도화선에 불만 붙으면 폭발할 수 있다. 요즘 서방 전문가들이 중국 금융 시스템 내에서 도화선이 될만한 것을 찾고 있는 까닭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WMP가 빅뱅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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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BIS·블룸버그

WMP는 ‘이재(理財)상품(Wealth Management Products)’의 약자다.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이 파는 신탁상품이다. 중국 정부의 법정 이자에 만족하지 못한 자금이 고소득을 노리고 흘러들어 형성된 거대한 자금 풀(pool)이다. 그림자 금융의 핵심 부분이다. 시중은행 장부에 올라 있지도 않다. 중국 정부의 감시·감독에서 벗어나 있다. 블룸버그는 “WMP 규모가 3조6000억 달러(약 4300조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WMP는 시진핑이 공격적으로 돈을 푼 2014년 이후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4000억 달러가 늘어났다. 상당 부분이 기업에 대출돼 있다.

블룸버그는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면 WMP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WMP 손실이 금융 시스템 불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라고 보도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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