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사립대 총장들 "대학 위기, 자율과 협업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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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장기원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1회 미래대학포럼에서 김용학 고려대학교 총장이 기조발제하고 있다. 이날 열린 제1회 미래대학포럼에는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총장이 참석해 미래사회 대학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뉴시스]

지금 대학 신입생은 적어도 50년 이상 더 똑똑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20세기형 인재를 배출해온 대학의 역할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김용학 연세대 총장)

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한국외대(이상 가나다순) 등 10개 사립대 총장으로 구성된 ‘미래대학포럼’이 13일 오후 연세대 학술정보관에서 첫 공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 주요 사립대 총장들이 던진 화두는 ‘대학의 위기’였다.

기조 발제를 맡은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학위 프리미엄이 약해지면서 대학 존재에 근본적 의문이 생겼다”며 “우리는 대학의 몰락기를 겪고 있다. 대학에 등교하는 학생이 있다는 게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경쟁을 지양하고 대학 간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진행된 좌담회에서도 대학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고려대는 출석 체크, 상대 평가, 시험 감독이 없는 3무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대학에서 성적에 대한 집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무 한양대 총장도 “앞으로의 시대는 강의실에서 가르쳐준 방법대로 살 수 없고 따라서 성적도 의미가 없다”며 “자기주도적 학습을 중요시해야 하고 이를 위해 평가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정부 주도의 획일적 입시 제도를 비판했다. 최 총장은 “대학이 해외 대학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최 총장은 “대학 간 협업이 없으면 제 살 깎아먹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똑같은 과제를 두고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경쟁해야 하는데 둘이 힘을 합치면 어떤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대학 문화와 역할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창수 중앙대 총장은 “다양성이 높아지면서 학생들끼리 분리ㆍ분할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포용의 대학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은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해야 한다”며 “한국의 문화와 콘텐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미래 대학의 사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김유빈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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