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학부모도 팀 과외 "사상교육보다 국어, 수학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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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의 열의라는 게 보통 아닙니다. 선생님이 OO동에 있다고 하면 학부형들이 짭니다. 10명이 짜가지고 집까지 사줍니다.”

강남의 ‘팀 과외’를 연상시키지만 ‘무상교육’을 표방하는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북한에서도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으며,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명문학교 진학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원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북한에서 교원으로 근무했던 이탈주민의 집담회 자료를 토대로 현지 교육 현실을 진단한 보고서(북한 각급 학교 교육의 의미와 변화 방향)를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6월호’에 발표했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무상과 평등을 기반으로 하는 북한 교육의 공적 목표와 실제 관행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인 소유의 돈이 공적인 학교 제도에 영향을 주는 등 북한교육에서 시장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교육 기회의 격차는 유치원에서부터 생긴다. 특히 시설이 좋고 아이들이 특기를 기를 수 있는 유치원에 가려면 부모의 재력이 중요하다는 게 북한 교원 출신 이탈주민들의 증언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선 가까운 지역 유치원 대신 특기교육 등을 잘하는 유치원을 찾아 보낸다는 것이다. 소학교 교육에서 중요한 건 중학교 진학을 위한 국어, 수학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부모들은 사상교육보다 국어, 수학 교육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을 과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교육 기회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교육 수준의 대물림도 이런 과정에서 생긴다. 집담회에서 한 여성 교원 출신은 “그 전에는 ‘간부집 자식이라는 게 저렇게 돌대가리다’라는 말도 돌았는데 이제는 간부집 자식이 공부 잘하고, 잘 사는 집 자식이 공부 잘하고 그렇다”고 말했다.

중학교에 가면 부모들의 목표는 대학 입학으로 바뀐다. 김 연구위원은 “대학 입학시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교육과 뇌물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대학 진학은 북한 사회에서 인정받고 개인의 힘을 기르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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