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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시각 대조적…분단비극 실감|인니서 열린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총회 참석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2일부터 1주일간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 개최된 아시아 사회과학협의회 제6차 총회는 중공에서 1명, 그리고 북한에서 3명의 학자등을 참관자의 자격으로 파견할 정도로 아시아 각국의 관심속에서 진행되었던 모임이었다.
월맹을 포함한 정식 회원국11나라 (파키스탄은 불참) 대표들에 의해서 우리나라의 홍승직교수 (고려대·사회학)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고 2년후총회 개최국이 한국으로 결정된것은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향상을 실감케하는 사건들이었다.
총회 서두에서 홍승직교수가 남북한의 학자들이 이번 학술모임에서 자리를 함께하여 서로외 관심을 진지하게 토론함으로써 세계평화 증진에 학술적으로 공헌할수있는 기회를 부여한 본 회의의 기본정신에 찬사를 보내면서 북한의학자들이 이 회의에 참가하게 된것읕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하여 각국 대표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은것도 매우 흐믓한 장면이었다.
이번 학술모임에서는 「사회과학과 정부」, 그리고 「청년과 사회」의 두 제목을 내걸고 각국대표들의 발표가 있었는데 한국대표들의 발표내용이나 자세가 북한대표들의 것들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대조적이었다는 각국 학자들의 의견에 접할때마다 분단 40년동안에 쌓인 남북한 이질화의 정도를 절감케 하였다.
이번 만남을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당연시 되고있는 생각들도 북한학자들로부터는 민감한 반응을 촉발했고 또 북한학자들의 학술발표의 내용이나 양식이 우리들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4일 「사회과학과 정부」라는 발표를 우리나라에서는 연세대행정학과의 안병영교수가 했는데 이 부분의 회의를 통해서 부각된 사실은 한국사회과학자들의 사회발전에의 기여도가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경우에 비해서 크게 돋보였다는 점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것은 정부의 시책에 날카로운 비판을 해온 많은 학자들의 활동이 정부의 정책과정에 참여한 학자들의 활동 못지 않게 국가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5일의 「청년과 사회」 부분에서는 필자가 우리나라의 경우를 발표하게 되었다.
전날의 경우와는 달리 이날의 경우는 회의주최측으로부터 인도·인도네시아·호주·한국의 네나라가 주제발표국으로 미리 지정되었다.
이날의 토론에서 특히 주목된것은 우리나라에서는 큰 사회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학생데모가 외국의 많은 학자들의 눈에는 급속한 사회발전에서 비롯되는 부수현상이며 한국이 그만큼 개방사회로 되어가고 있는 증좌라는등 다분히 부러운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회의에서 몇가지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공과 월맹의 대표들은 우리들과 매우 다정하게, 그리고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문제를 이야기 할수 있었다는점, 회의 진행이 영어로 되어서 언어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다른 여러가지 학문상의이유와 아울러 동·서대결에 있어서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고있다는 외교적인 이유까지 겹쳐서 인도의 학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점, 한국에 대한 아시아 여러나라들의 관심이 매우 강하다는 점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북한학자들과의 만남이었다.
처음에는 다분히 의례적이고 서먹서먹한 인사를 나누었고 회의의 진행과정에서 다소의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이런 국제회의에서는 우리의 문제로 시끄럽게 싸우지 말고 되도록 다정하게 지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헤어질 때에는 매우 다정한 인사까지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었으나 서로의 의견의 차이를 허심탄회하게 드러내보인 후에 이러한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필요한 솔직하고 합리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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