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릴레이 인하 ‘이주열 패턴’ …이번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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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

기준금리 인하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장에선 추가 인하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한번의 금리 인하로 저성장·저물가, 구조조정 충격, 재정절벽 우려까지 ‘삼재’가 겹친 하반기를 넘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기준금리를 쉽게 내리진 않지만 일단 내리면 한번 인하로 그치지 않았던 한국은행의 과거 행보 역시 이런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 역시 추가 인하의 여지를 닫아 놓지 않은 상태다.

구조조정 충격에 소비절벽 우려
예산 당겨 쓴 정부 곳간도 빠듯
골드만·노무라 “10월 추가 인하”
변수는 미 금리…인상 속도 주목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연내 한은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추가 인하 시기는 골드만삭스와 노무라가 올 10월, JP모건과 스탠다드차타드는 ‘4분기 중’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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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한국은행·국제금융센터

추가 금리 전망이 제기되는 건 올 하반기 이후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그만큼 녹록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노무라는 “하반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뒷걸음질친 수출은 세계 교역량 둔화로 회복이 불투명하다. 게다가 연초 연장했던 개별소비세 감면 조치가 이달 종료되면서 ‘소비 절벽’도 우려된다. 이를 타개할 정부의 정책 여력도 많지 않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후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하다”며 ‘바통’을 정부에 넘겼지만 나라 곳간 사정은 그리 넉넉지 못하다.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해 올해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쏟아부었다. 돈을 당겨써서 하반기에는 그만큼 쓸 돈이 줄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자니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고 편성된다 해도 그 효과는 내년 이후에나 볼 수 있다. 경기 진작을 위한 빠르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이외의 다른 방법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 시장에서 한은을 ‘능력없는 가장’(정부)을 대신해 살림살이를 도맡는 ‘소년가장’에 빗대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하반기 경기 사정이 상반기보다도 나빠질 가능성이 커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과거 기준금리 인하 ‘패턴’도 추가 금리 인하론에 힘을 싣는다. 한은은 대체로 장기간 금리를 동결하다가 인하 조치를 시행한 이후 2~3개월 이후에 추가로 금리를 낮췄다. 금리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장에 선명한 경기부양 ‘시그널’을 주기 위함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였다. 2014년 4월 이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은 2014년 8월과 10월, 지난해 3월과 6월에 각각 연이은 인하 조치를 했다.

실제 이 총재는 추후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하로 기준금리 실효하한(선진국과 비교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한계치)에 당연히 가까이 다가갔다”며 “그렇다고 추가 인하 여지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0일 한은 창립 66주년 기념 행사에서도 “올 하반기에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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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한국은행·국제금융센터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다. 미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올릴 경우 한은이 금리를 내리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무엇보다 국내 경기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며 “재정이 한계에 다다른 가운데 결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또 쓸 수 있는 카드는 한은의 금리 정책”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화 정책 여력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점은 한은과 정부가 떠안은 숙제다. 한국은 미국 등 기축통화국처럼 제로(0)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쓸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이 총재도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선진국처럼 제로금리 정책을 쓸 경우 부작용이 크다”고 강조해왔다. 한은 안팎에서는 기준금리 하한선을 대체로 1%로 본다.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추경편성을 적극 검토해야 하며 무엇보다 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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