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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이색 고교 탐방] 쯔위가 선택한 ‘드림 하이(Dream High)’ 한림예고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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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보이그룹 비투비(BTOB)의 육성재, 빅스(VIXX)의 혁, 탑독(ToppDogg)의 야노, 슈퍼모델 진정선이 상을 받고 빅스가 축하공연을 한다. 음악 프로그램 연말 시상식이냐고?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이하 한림예고)의 2014년 졸업식 장면이다. 입학식과 학교 축제, 학과 정기공연 등에 빠지지 않는 아이돌 스타, 한림예고의 흔한 행사 풍경이다.

국내 최초로 대중문화에 중점을 둔 고등학교로 탈바꿈한 지 7년째, 연예인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급성장한 예술고의 신흥 강자 한림예고를 이색 고교 탐방 다섯 번째 순서로 찾아갔다.

한 눈에 보는 학교 정보

교훈

꿈, 깡, 끼, 꼴, 꾀, 꾼

슬로건

Fun & Dream “나를 미치게 하는 곳”

연혁

1960년 개교, 2009년 연예예술고 첫 신입생 입학

학교 현황

패션모델과, 연예과, 뮤지컬과, 실용무용과, 실용음악과, 영상제작과 학년당 10학급 400명

신입생 모집

학력인정학교로 전국 단위 모집, 타 고교와 이중지원 가능

입학 전형

실기고사 및 면접 100%

소재지

서울시 송파구 충민로 172

"여기 학교 맞아?"

교문에 들어서자 취재진을 맞은 건 창 밖으로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노랫소리였다. 여기저기 악기 연주도 들린다. 입시 공부에 찌든 일반고에서 느끼기 힘든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벽 곳곳에 그려진 알록달록 그래피티로도 확인할 수 있다. 졸업생인 팝핀 현준이 요즘도 가끔 와서 그림을 고쳐 놓곤 한다는 그래피티 작품이 눈에 띈다.

학생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오후는 대부분 실기 수업이라 나른한 햇빛이 내려쬐어도 조는 학생가 있을 리 없다. 스트리트 댄스 수업이 한창인 실용무용과 학생들의 에너지는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하다. 힙합 패션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뒤엉켜 서로의 열정을 뽐내고 있었다.

뮤지컬과 수업이 한창인 강의실.

한림예고를 대표하는 뮤지컬과의 지난달 12일 수업은 학생들의 팀별 작품 발표회여서 그 열기가 여느 때보다 후끈했다. 유명 뮤지컬 ‘시카고’와 ‘사랑은 비를 타고’, ‘드림걸즈’ 등 고학년으로 갈수록 완성도가 올라가 실제 공연을 방불케 한다. 작품에 몰입한 학생들에겐 공연 안전도 중요하다. 뮤지컬과 오성원 교사는 “무대를 들고 날 땐 절대 뛰지 말라”면서 “작업등은 항상 켜두고 만약 갑자기 어두워져 앞이 안 보일 때는 그 자리에 서 있으라”고 신신당부한다.

뮤지컬과 팀별 발표회에서 '드림걸즈'의 '에피' 역을 맡은 김정윤 학생

마지막 하이라이트 드림걸즈의 주인공 에피 역의 김정윤(19) 양이 한껏 목청을 높인다. 실연을 거부하는 강렬한 표정과 몸짓으로 소름 돋는 열연을 펼쳤다.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의 지난 1월 뮤지컬 콘테스트에서 3등을 차지한 김 양은 “경남 진주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며 실력을 닦았다”면서 “부모님이 ‘딴따라’ 말고 공부하라며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응원하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실기 100% 선발, 잠재력 중시한림예고는 평생교육진흥법 상의 학력 인정 고교로, 전국의 대중예술 꿈나무가 모인다. 모두 5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은 실력자들이다. 중학교 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하긴 하지만 내신 성적은 전혀 보지 않고 실기 100%로 반영한다. 방송 및 연예 활동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는다. 그렇다고 프로 같은 테크닉을 당장 요구하는 건 아니다.

팝핀 현준의 그래피티를 배경으로 선 연예과 이현진 학생

연예과 이현진(19) 양은 “잠재력이 있으면 고교 3년 동안 충분히 능력을 갈고 닦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3학년인 이 양은 얼마 전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여신 선생님’으로 등장, 한림예고 재학생인 트와이스 멤버들을 천연덕스럽게 속이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 지망생이다.

이현진 학생은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이현진 학생은 SBS 예능 ‘스타킹’에 '한림예고 여신 선생님'으로 출연해 재학생 연예인들을 속이기도 했다. [사진='스타킹' 캡처, SBS]

올해 입학한 트와이스 쯔위뿐 아니라 채영과 다현이 각각 1학년, 3학년에 다니고 있다. 샤이니의 이태민, f(X)의 크리스탈(정수정), 달샤벳 박수빈, 위너의 송민호, 블락비 피오(표지훈), 아이콘(iKON)의 송윤형, K팝스타 출신 박지민 등 수많은 아이돌 가수를 배출한 가운데 재학생 중에도 현역 연예인이 즐비하다. 슈퍼스타K 출신 송유빈, 보니 신동우, 레드벨벳 예리(김예림), 최근 데뷔한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라키, 산하 등이다. KBS ‘골든벨’ 800회 특집에 한림예고가 나왔을 때 피오와 송유빈, 신동우가 출연해 학교를 빛내기도 했다.

학교가 에이전시 역할까지

이처럼 연예인이나 연습생, 연예계 지망자들이 한림예고를 선호하는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 학교 자체가 에이전시를 겸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일 것이다. 매달 2~3번 정기적으로 기획사 등이 오디션을 하러 와 발탁 기회가 많다.

이 양은 “수업을 빼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익숙한 공간에서 오디션을 봐 확실히 덜 떨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교내 오디션은 청소년들이 외부에서 불미스런 일을 당할 우려도 막아 줄 뿐만 아니라 기획사 입장에서도 학교가 학생들의 인성을 보증하는 역할을 해 서로 윈윈이다.

한림예고는 재학생과 계약을 원하는 연예기획사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며 학생의 스케줄 관리부터 출연료 책정까지 기꺼이 돕는다. 또 학생이 어떤 예술 장르에 소질이 있는지 어떤 전공으로 진학하면 좋은지 적극적으로 관찰해 더 적합한 분야로 전과를 권유하기도 한다.

실용무용과 배승윤 학생

실용무용과 배승윤(19) 군도 한림예고에 입학하기 전 재즈 무용을 조금 했을 뿐, 춤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 없었지만 현재 걸스힙합의 매력에 푹 빠져 유감없이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여성스런 외모와 파워풀한 춤사위가 절묘하게 배합된 배 군은 국내 걸리쉬 댄스 1인자인 제이블랙(J-BLACK) 조진수 한국예술원 교수를 연상케 한다. 페이스북을 달군 한림예고 픽미 플래시몹 동영상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센터로서 섬세하면서도 격렬한 안무를 펼쳐 큰 화제를 모았다. 배 군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면 겁먹지 말고 그냥 했으면 좋겠다”고 소신 있게 말했다.

내가 택한 학교, 2시간 통학도 기꺼이

학교는 대학 진학에도 신경을 쓴다. 올 2월 졸업생 가운데 2~4년제 대학 진학률이 70% 정도로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다. 중앙대·한양대·한예종·성균관대·이화여대·건국대·경희대 등 이른바 ‘인서울’ 대학도 제법 많다. 지난해 졸업생 중에는 미국 뉴욕주립대와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등 해외 진학파도 나왔다.

공립이 아니어서 학비가 비싼 편이지만 예술고의 특성상 실기 교육과 공연 준비 등에 지출이 많다. 정규 과목과 실기를 반반씩 배운다. 정규 수업 외 저녁 9시 반까지 전공심화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외부강사 100~200명을 초빙해 사설학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실기를 배울 수 있다. 사교육 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교과와 병행한다는 게 장점이다.

한류 스타가 총출동한 드라마 ‘드림 하이’를 상상하지만 사실 그런 럭셔리 학교는 아니다. 다양한 장학금 제도가 마련돼 있어 학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성적 우수자나 전국 대회 수상자 장학금,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 송파구 청소년장학금, 기업 협찬(광고 촬영 등) 등이다.

사실 설립자 이현만 교장은 소외된 근로청소년과 학업을 못 다한 주부들에게 평생교육을 하겠다는 취지로 여러 학교를 세웠다. 한림예고도 처음엔 일반 학교에 가서 끼를 못 살리는 청소년을 생각해 설립했다.

김지연 한림예고 전략기획실장

중학교에서 적응을 못해 매일 지각하던 아이가 2시간 넘게 걸리는 기차 통학도 마다 않고 다니는 걸 보고 부모가 먼저 놀란다. 예고인데도 일반고보다 규율은 더 엄격한 편이다. 화장이나 염색 등은 학교 축제나 연예계 활동 시에만 허용되는 건 의외의 지점이다.

“우리 아이들은 요즘 말하는 학교 폭력이나 심각한 왕따 사건이 없어요.”

저마다 꿈을 갖고 매진하느라 싸울 겨를 따위는 없다고 김지연 전략기획실장은 자신있게 말했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 겉도는 아이들이 짜증과 무력감에 젖어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면 한림예고 학생들은 목표가 분명해 자기 실력이 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지라도 타인에게 공연히 화풀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를 주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함을 일깨운다”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영상=전민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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