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고추장. 일벌백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불량 화학간장에 이어 이번에는 불량고추장을 대량으로 제조해 팔아온 악덕업자들이 구속되었다.
이들 업자들이 만든 고추장이 매운 맛을 내는 화학약품과 이미 사용 금지된 붉은 색소를 밀가루에 섞어 버무린 것이며 그 양이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1백54만Kg 15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만든 가짜 고춧가루, 이른바 조미고추분이 전국 30개 고추장 제조업체에 공급됐다면 전체고추장 제조업체의 50%에 이르는 숫자이고 그렇다면 시중에 팔리고있는 고추장의 절반쯤이 가짜 고추장이라는 얘기다.
이들이 붉은 고추빛깔을 내기 위해 수입해 쓴 색소 카프리카는 정부가 이미 사용을 금지해온 품목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범죄는 더욱 가증스러운 것이다.
이들 식품첨가물들이 인체에 유익할 리가 없으며, 고추장을 만드는데는 엄연히 정부가 정해준 식품성분 및 배합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자기 폭리에만 눈이 어두워 불량식품을 대규모로 양산한 업자들의 시커먼 양심에는 추상같은 법의 심판과 제재가 있어야만 할 것이다.
비단 고추장에 한해서 뿐만 아니라 식품에 관련된 범죄는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해악행위이므로 일벌백계로 다스려 다시는 그러한 범죄가 재발하지 못하도록 뿌리 뽑기를 촉구한다.
이와 동시에 불법적 폭리의 유혹에 한눈을 팔지 않고 제 규격대로 우수한 식품을 만든 업체에 대해서는 정부와 사회가 이를 보증하고 장려하여 그 대가를 보상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최근에 각종 불법 불량식품 적발에 주력하여 성과를 거두고 있음은 우리를 식생활 불안으로부터 해방시키는데 진일보한 조처로 평가할만하다.
물론 부정식품을 사후에나마 철저히 적발하고 응징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악덕업자들이 상당기간 불량식품을 제조하여 사회에 해독을 끼친 뒤에 이를 제재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이러한 불량식품이 나오지 않도록 식품위생풍토자체를 정화하는 일이 더욱 급선무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엄격한 식품의 성분기준과 집요한 감시행정이 더욱 강화돼야만 하겠다. 고추장만 해도 지난 3월에야 겨우 고춧가루 함량기준을 정했다고 하니 그 이전에는 아무리 가짜가 나돌아도 이를 단속할 근거조차 없었던 셈이다.
따라서 우리사회에 건전한 식품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각 식품별 성분과 함량의 기준을 엄격히 정하고 이를 정확히 명시해야하며, 이를 어길 경우 가차없이 처벌할 수 있는 태세를 완비하는 삼위일체의 식품행정이 시행돼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