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특성과 입시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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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 동안 교육개혁심의회에서 집중논의 되어온 대입제도 및 고교평준화 시책개선안이 마련되었다. 오는 12일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는 이 개선 안은 우선 대입제도의 경우, 대학의 재량권을 확대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고교평준화시책 역시 현행제도를 대폭 바꾸는 내용을 담고있다.
우리의 교육개혁의 방향이 고도산업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양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교육제도의 정착은 선진제국 모두의 한결같은 개혁의 방향이었으며, 그것은 우리에게는 한층 절실한 과제이기도 하다.
교육개혁심의회의 작업이 교육제도의 개선·보완에만 치우친 것은 미흡한 측면이지만 그 기본방향이 미래사회에 대한 대비라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교육이 제자리를 찾고 국가발전의 원천으로서의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 대학의 역할이 절대적임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 중에서도 학생선발권을 대학이 갖는다는 것은 대학의 기능활성화의 전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학생선발에 필요한 다양한 평가자료를 대학이 되도록 많이 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하는 일은 바람직하다.
학력고사성적과 고교내신성적만으로 대학에 들어가도록 짜여진 것이 현행 대입제도의 골격이다. 금년부터 논술고사가 추가되었지만 대학의 선발권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대학이 학생선발권을 제대로 행사하려면 물론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되어야겠지만 이밖에 특기나 영재성에 따라 선발할 수 있고 재정상 큰 기여를 하는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일도 당연히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어느 특정분야에서 영재성을 지닌 학생을 딴 수험생과의 형평을 잃을까봐 뽑지 못한 경우는 국가적인 손실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 동안의 획일주의적 교육제도가 빚은 폐단의 하나는 바로 영재나 특기자의 교육기회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다.
개성과 창의성의 발양이 한층 요구되는 때에 뻔히 보면서 인재를 사장시키는 교육제도는 당연히 고쳐져야 한다.
기부입학제만 해도 정원제의 신축성 있는 운용으로 정상입학 학생의 희생 없이도 실효를 거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학력고사는 대학에서의 수학능력만 테스트하고 학생선발권은 대학에 주는 「이중전형제」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한다.
물론 급격한 제도변화는 큰 혼란을 빚기 쉽다.
따라서 과도조치를 취해 제도개혁에서 오는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배려가 있어야한다.
한편 학력고사과목을 대폭 축소하고 인문·자연·예체능 등 세 계열별로 시험을 치르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도구과목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고교내신성적의 반영률을 지금보다 상향조정하는 일은 필요하다.
대입제도는 고교를 비롯해서 하급학교교육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고교평준하시책 또한 대입제도의 변화와 같은 맥락에서 신중을 기해야한다.
이제 문교당국이 할 일은 이 같은 건의내용을 토대로 큰 부작용 없이 새제도가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교육개혁의 주안점이 미래에 대한 「대비」에 두어져야함을 거듭 강조한다. 너무 서두르면 졸속이란 비난을 받기 쉽다.
이번에야말로 임기응변이 아닌 보다 본질에 근접한 제도개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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