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어업지도선, 폐선해도 갈고리 달아 중국어선 조업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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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된 어업지도선 214호 전경 [인천시 제공]

지난해 11월 폐선된 국내 최고령 어업지도선 (214호·132t급)이 수명을 다한 뒤에도 바닷속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에 나선다.

인천시는 8일 폐선한 어업지도선 214호에 갈고리를 달아 내년 상반기 중 연평어장 북쪽 해저에 투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14호의 상층부에는 예리한 갈고리가 설치된다. 바다 깊은 곳까지 그물을 내리는 중국어선의 저인망 조업을 막기 위한 것이다. 갈고리에 그물이 걸려 찢어지면 중국어선들은 조업을 포기해야 한다.

서해5도의 경우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우리 어민에게 저인망 조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만큼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인천시는 설명했다.

214호는 1977넌 11월 건조됐다. 전국의 77척 어업지도선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선박으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노후 어업지도선으로 논란이 됐었다.

건조 초기에는 옹진군과 강화군의 병원선으로 이용됐지만 1990년대 어업지도선이 됐다.

하지만 최고 속력이 8노트에 불과해 20노트까지 속력을 내며 질주하는 중국어선들을 쫓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폐선돼 현재 인천 북항에 계류된 신세가 됐다.

인천시는 214호를 매각하는 방안(감정가 2억3900만원)도 검토했지만 응찰자가 없는 탓에 2차례나 유찰되면서 불법조업 방지 구조물로 활용키로 했다.

214호는 엔진과 기관 등의 기름을 뽑아내는 정화작업을 거친 뒤 바닷속에서 굴러다니지 않도록 선박 내부에 콘크리트를 주입하고 지지대를 설치한 뒤 해저로 투입된다.

인천시 관계자는 "배 안의 통로 등으로 바닷속 생물들이 오가고 서식하는 인공어초 기능도 하기 때문에 수산자원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거에도 폐선을 어초 시설로 활용한 적이 있는 만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해양수산부는 2020년까지 112억원을 투입해 서해5도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682㏊에 불법조업 방지시설 110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가로·세로 13.2m, 높이 8.2m, 무게 53.5t 규모로 상단부와 옆면에 어망걸림장치인 갈고리를 달아 저인망 조업을 막을 예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서해5도에서는 처음으로 2013년 10억원을 들여 대청도 동쪽 해역에 불법조업 방지용 인공어초 10기를 설치한데 이어 올해도 20억원을 투입해 대청도와 연평도 어장에 약 20개의 인공어초를 추가로 투하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서해5도와 강화 NLL 일대에 중국어선의 출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불법조업 방지시설 사업을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연평어장의 경우 1월에만 885척의 중국어선이 출몰하는 등 4월까지 1만759척의 중국어선이 출현했다. 이에 인천시는 현행 매년 20억원씩 투입되는 NLL 불법조업 방지시설 사업비용을 40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달라고 해수부에 요청했다.

또 정부에 우리 어민들이 조업을 할 수 있도록 서해5도의 어장 확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리 어선의 조업구역을 NLL 남쪽과 현재 어로한계선 사이 공해상으로 확장하면 어업인 조업구역도 늘어나 소득이 증대되는 효과는 물론 해당 지역을 인천시도 해군·해경 등과 함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중국어선 출몰에 대비해 오는 9일부터 연평도에 해상특수기동대 인력 4명을 보강해 추가배치할 예정이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이달 들어 NLL 해역에 270~300여척의 중국어선이 출몰하고 있는데 특히 연평도 북동·북서방 해역의 경우 210~240여척(전체75%)의 중국어선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강력한 단속으로 어민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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