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여행사 카운터실장 김인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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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앉아서 천리를 가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를 두고하는 말일게다.
하루에도 수십번 동경으로, 파리로, 카이로로, 파고 파고로 손님의 여행계획에 따라 항공사 스케줄을 잡아가며 비행기표를 끊어주는 것이 그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김인숙씨(36·고려여행사 카운터실장)가 티키팅 업무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2년전. 이대 외국어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일본항공에 취업할 기회가 생기자 4년간 공들인(?) 교사직을 버리고 뛰어들었다. 3년간 티키팅을 맡아온 그는 사내결혼으로 직장을 그만 두었으나 2개월만에 고려여행사에 재취업, 티키팅과의 질긴 인연을 계속해 오고 있다.
『비행기표 판매는 기차표나 버스표처럼 구간에 따라 균일가가 정해져 있지 않고 항공사마다 규칙과 제한이 많아 같은 곳을 가더라도 편도냐 왕복이냐, 체재기간이 얼마인가에 따라 가격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항공사 타임테이블을 최대로 활용, 시간의 낭비를 없애고 싼값으로 목적지까지 갈수 있게 하는 것이 티키팅의 비결이라고 김씨는 들려준다.
『10여년 전에는 업무로 인한 출장이 많아 비행기표 요금보다 서비스가 얼마나 좋으냐가 관건이었지요. 그런데 요즘은 그룹별 관광여행이 많아 우선 한푼이라도 싼 비행기가 인기가 높아요.』 그 때문에 항공사마다 가격내리기 싸움이 치열하고 여행사까지도 고객 유치를 위한 입찰 경쟁(?)이 붙는가하면, 9%로 책정돼 있는 자체 수수료까지도 깎아 「배부른 장사」시절은 다 지났다며 웃는다.
그가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예매한 티킷을 자꾸 고쳐달라고 할 때. 특히 비행기 왕래가 적은 곳을 무턱대고 자기 편리한대로 시간을 변경시킬 때라든지,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왜 여기는 더 비싸냐는 식으로 항의할 때는 진땀이 난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힘들여 좌석을 마련해 주었을 때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아 보람도 느낀다고.
대리·과장을 거쳐 3년전 차장급 실장으로 승진한 그는 월50만원의 봉급과 연3백%의 보너스를 받고 있다. 언제까지나 티키터이고 싶다는 그는 『해외여행 자율화로 여행사가 대폭 늘어나면서 티키팅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대상이 되고 있으며 2개월의 출산휴가, 월1회의 생리휴가 등이 주어져 가정과 병행할수 있는 좋은 여성직장』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는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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