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럽지 않던 고향사람들…지금은 어떻게 지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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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가 어렸을 때에 평양사람들은 쌀밥을 별로 먹지 못하였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중에서 6백만섬 이상을 일본에 가져갔고 대신 만주에서 생산되는 좁쌀을 들여다가 여기에 쌀을 조금 섞어먹었는데 이렇게해서 지은 밥을 보통 「상반」이라고 불렀다. 그때의 평양 사람들은 주로 상반을 먹고 살았고 흰쌀밥은 명절이나 생일때에만 먹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대신 평양 사람들은 참으로 고기를 많이 먹었다. 내가 어릴때에 할아버지께서 신문을 보시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인구 8만정도의 평양에서 하루에 소 60마리, 돼지 2백마리씩을 도살해 먹고 있으니 가난한 백성이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어서야 되겠는가』
물론 그처럼 많은 가축을 평양에서 도살한다고해서 그 고기를 평양사람만이 다 먹는 것은 아니였겠지만, 그러나 옛날부터 평양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먹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늘날 서울의 인구가 8백만을 넘어 1천만에 육박하고 있지만, 그러나 서울 사람이 매일 먹는 고기가 소 6천마리와 돼지 2만마리를 넘지는 못할 것이다.
옛날부터 서울 사람은 입어서 망하고 평양 사람은 먹어서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입는 옷과 사는 집은 초라할지라도 평양 사람들은 먹는 일에 대해서만은 남부럽지 않게 먹으려고 하였다.
오늘날 서울에서도 불고기를 많이 먹지만 고기를 직접 구으면서 먹는 것은 본래 평양사람들이 해오던 식생활풍습이었다. 옛날 서울에서 양반들이 고기구이를 먹을때에는 부엌에서 구워서 들여가는 「너비아니」를 먹었고, 그리고 하인들은 부엌에서 고기를 얻어다가 마당에서 굽는 「방자구이」를 먹었다. 그러나 고기를 많이 먹으려면 역시 자기손으로 직접 구워먹는 「불고기」가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이와같이 고기를 많이 먹기 때문에 평양 사람들은 또한 냉면을 즐겨 먹었다. 냉면의 재료인 메밀은 혈압을 내리는데에 효과가 있기때문에 고기를 많이 먹은 사람이 냉면을 찾는 것은 어쩌면 자연적인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처럼 고기를 많이 먹던 평양사람이 지금의 공산치하에서는 얼마나 먹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글 황산덕<전문교장관> 그림 박영선<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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