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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화구이보다 프라이팬에, 튀기기보다 삶는 요리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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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호 7 면

음식점 직화구이 때 기름이 타면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도심·주택가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현동 기자

미세먼지 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는 지난 3일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10년 내에 서울의 공기 질을 유럽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목표가 느슨해 이 계획이 달성돼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이른 시일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면 시민들 스스로가 오염 원인을 알고 피할 수밖에 없다. 생활 주변에 어떤 오염이 도사리고 있고,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은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경유가격 인상을 통한 경유차 수요 억제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반발이나 정치권의 반대가 심해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대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해 맞불을 놓는 쪽을 선택했다. 2020년까지 신차 판매의 30%(연간 48만 대)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108만 대에서 150만 대로 보급을 늘렸다. 2005년 이전에 보급된 낡은 경유차 가운데 21만2000대를 조기에 폐차하도록 유도하고, 시내버스 등 노선버스로 사용되는 경유차를 단계적으로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대체할 방침이다.


오염 얼마나 줄지도 알 수 없는 대책 낡은 석탄화력발전소 10곳은 폐쇄하거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개선하고, 일부는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유 가격을 조정하는 문제는 국책연구기관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나머지 대책은 대부분 기존 대책의 재탕인 데다 필요한 예산 확보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 대책의 달성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정부가 2015년 ㎥당 23㎍(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인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2026년에는 18㎍/㎥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각각의 대책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얼마만큼 효과를 낼 것인지 불분명하다. 배출량 감소 효과를 예측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은 했다지만 공개할 수도 없는 부정확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 배출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정확히 전망할 수 없고, 2026년 미세먼지 오염도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2년마다 0.5㎍씩 낮추는 단순 계산에 바탕을 둔 목표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 정부는 유럽 주요 도시의 현재 수준으로 개선한다며 18㎍/㎥를 제시했는데, 이는 유럽에서도 상대적으로 오염이 심해 경유차 대책 등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오염도 수준이다. 영국 런던은 15㎍이고, 스웨덴 스톡홀름은 6㎍이다. 18㎍은 WHO 연간 환경기준(권고치) 10㎍을 훨씬 웃돈다.


국내 오염의 30~50%, 스모그가 심한 경우 60~80%까지 차지하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는 환경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한·중·일 3국이 미세먼지 등을 해결하기 위해 환경 정상회담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오염저감 기술의 이전이나 공동개발 등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미세먼지 줄이기 대책과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함께 놓고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직화구이 배출량도 무시 못할 수준 정부 대책이 효과를 거둔다면 미세먼지가 점차 줄어들겠지만, 마음 놓고 숨을 쉴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시민들 스스로가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은 배출량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성분의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또 얼마나 근접해야 노출되는지, 얼마나 자주 노출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등 도로변에서 노출되는 경유차 미세먼지는 특히 건강에 해롭다. 미세먼지, 특히 지름 2.5㎛(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는 입자 크기가 작아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심장병과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환경부 자료를 보면 서울시내 일반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6㎍/㎥이지만 도로변에선 평균 53㎍/㎥를 기록했다. 인천시 도로변은 60㎍/㎥까지 치솟았다. 같은 도로변이라도 시간대에 따라 차이가 컸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가 2014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도로변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한낮에는 42~44㎍/㎥ 수준이었지만 차량이 몰리는 출근시간인 오전 9~10시에는 108㎍으로 두 배 이상 높았다. 이 연구팀은 도로변 미세먼지 노출로 인해 서울에서만 월평균 1179명, 연간 1만 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음식점에서 육류를 직화구이 할 경우에도 미세먼지가 배출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쇠고기를 직화구이 하면 테이블 주변 미세먼지 농도가 1만㎍/㎥ 수준으로 증가한다. 대창(소의 큰창자)을 구우면 2만㎍/㎥도 훌쩍 넘긴다. 쇠고기를 구으면 ㎏당 2.85g, 소 내장은 ㎏당 44.06g의 미세먼지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서울시내 전체로 따지면 음식점 직화구이로 나오는 미세먼지 양이 적지 않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보고서(2011년)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음식점 직화구이로 배출되는 양이 연간 157t, 철판구이를 포함한 고기구이 전체로 보면 500t이 넘는다. 국립환경과학원 등 다른 연구에서는 직화구이 미세먼지가 연간 100t, 혹은 연간 500t으로 추정했다. 결국 수도권 전체로는 200~1000t, 전체 미세먼지의 5% 안팎에 이른다.


김대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직화구이 때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도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데, PAHs 중에는 암이나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물질도 있다”고 말했다. 타버린 고기를 잘라내고 먹는 것처럼 공기 중의 PAHs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규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겸임교수는 “고기 구이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는 빌딩이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배출돼 잘 확산되지 않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대형음식점은 오염방지 시설을 의무화하고, 작은 음식점은 저감장치를 설치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음식점 중에는 연 매출액이 50억~100억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악취나 미세먼지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낡은 경유차에는 매연여과장치(DPF)를 부착하도록 지원하면서 음식점엔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김법정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이번 미세먼지 대책을 통해 2020년까지 음식점 총 510개소에 대해 미세먼지 저감 시설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실내공기 오염도 주의해야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처럼 아파트 실내 공기오염도 시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문과 창문을 닫고 생선을 구울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가 2000~3500㎍/㎥로 평상시 농도의 70배까지 치솟게 된다. 삼겹살을 구울 때도 1000㎍/㎥ 안팎으로 상승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지 않는 조리법을 사용하거나 조리할 때 레인지 후드를 켜거나 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직화구이보다는 프라이팬을 사용하고, 튀기기보다는 삶는 방식으로 요리하면 미세먼지가 적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조리 후에는 15분 정도 환기를 하면 평상시 수준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진다.


조리·난방으로 인해 실내에서 노출되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기 때문에 농촌에 사는 노인이 오히려 도시에 사는 노인들보다 더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기도 한다.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등이 지난해 서울과 농촌 지역인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 개인 노출 수준을 측정한 결과 서울 노인(24명)은 평균 22.5㎍/㎥였고, 아산 노인(19명)은 평균 29.1㎍/㎥였다. 실외 노출만 따지면 서울 노인들이 높았지만, 실내 노출은 서울이 19.8㎍, 아산이 27.8㎍이었다. 실내공기가 그만큼 오염됐다는 의미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달 세계적으로 연간 430만 명이 요리로 인한 실내 공기오염 탓에 조기 사망한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농촌 지역에 사는 약 30억 명이 석탄과 나무 같은 고체 연료와 비효율적인 아궁이를 사용하고 있고, 이것이 실내 공기오염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과거 1970년대에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해 매년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것도 고체연료 사용에 따른 실내 공기오염이었던 셈이다.


주방에서 튀김 요리를 하지 않더라도 아파트의 환기는 중요하다. 한국공기청정협회의 실험에 따르면 창문과 방 출입문을 닫은 100㎡ 아파트 거실에 성인 3명이 들어가 활동하면 500ppm이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시간 만에 2000ppm을 넘었고, 4시간 뒤에는 2500ppm에 이르렀다. 계속 환기를 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0~3500ppm을 유지한다. 도서관·터미널 등 다중이용시설 이산화탄소 기준 1000ppm의 3배 정도다. 미국산업위생협회에서는 밀폐 공간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0ppm을 초과하면 두통이나 졸음을 유발하고, 5000ppm을 초과하면 산소 부족으로 뇌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환기를 잘하지 않으면 아파트 실내 화학물질 농도도 높아진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경우 ‘새집증후군’을 겪을 수도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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