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경비원의 호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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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저는 미문화원 농성사건과는 업무상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인 만큼 제발 그 사건법정에 증인으로 서는 일은 면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21일의 미문화원농성사건 공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출두통보서를 받은 서울대 청원경찰 조모씨(37)가 공판을 하루 앞두고 20일 재판부인 서울형사지법합의13부에 「불참사유서」를 보냈다. 미문화원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므로 증언할것이 없다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양해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7년전부터 서울대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조씨의 임무는 학교내 도난방지, 잡상인 단속등 경비엄무.
『미문화원농성사건재판에 제가 증인으로 나갈만한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되며증언대에 설경우 괜스레 피고인은 물론 일반 학생들로부터 오해받는 결과만 초래할 것 같습니다』 조씨가 l6절지에 빽빽이 쓴 「불참사유서」는 이렇게 계속된다.
『증인으로 그 사건 법정에 서게 되면 직원의 신분뿐아니라 생계에도 위협이 느껴지는 점이 있으니 선처해주시기 바랍니다.』
결국 조씨는 21일 공판에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이사건 관련 김민석피고인(총학생회장)이 주도한 세차례에 걸친 교내집회상황과 투석여부등읕 확인하기 위해 조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루24시간을 학생들과 어울려 살아야만 하는 조씨로서는 검찰의 증언요청이 부담스럽기만 한 것이다.
증인은 빠져서는 안될 소송절차의 당당한 참가자. 그런 긍지보다는 공연히 송사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게 조씨의 심정이다. <김 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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