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L승객들, 추락5분전 공포 속에 피에 젖은 유서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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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JAL점보기가 지난12일 추락하기 직전 이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몇몇 일본인 승객들은 그 긴박한 최후의 5분간에서도 눈물겨운 유서를 남겼다. 이들은 죽음을 목전에 둔 공포의 순간에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마지막 말을 수첩이나 종이조각에 갈겨쓰고 비행기와 운명을 같이했다.
희생자의「유서」는 모두 피로 물들여져 있어 추락당시의 참상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사고비행기에 탔던「가와구찌」씨(52 하구박차·삼정선박 신호지점장)는 조그마한 수첩에 7페이지에 걸쳐 다음과같이 마지막말을 적고있다.
『「마리꼬」(24·장녀를 가리킴)「쯔요시」(21·장남)「지요꾜」(17·2녀). 모두 사이좋게 힘을내서 엄마를 도와주기 바란다. 나는 지금 매우 슬프다. 도저히 살아날것 같지 않구나.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시는 비행기를 타고싶지 않다. 아, 하느님 제발 살려 주세요.
어젯밤 우리식구가 저녁식사를 같이 한것이 마지막이라니.
비행기가 폭발한 때문인지 기내에는 연기가 가득하다. 비행기가 내려가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무서운 생각이 든다. 나의 아들 「쯔요시」야. 너는 우리집안의 장남이니 너만 믿는다. 집안을 잘 이끌어다오. 여보, 사랑하는 아내여,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유감이오. 아이들을 부탁하오.
지금은 6시30분. 비행기가 흔들리면서 급히 떨어지고 있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행복한 삶에 감사하오. 이제 모든 것이 끝인것 같소. 여보, 부디 잘 있으시오. 안녕.』
「가와구찌」씨의 유서는 그의 유해가 안치될 때 양복안 가슴속 호주머니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그의 메모가 사고원인 조사에 중요한 자료가 되도록 급히 현황을 기록해둔 흔적이 보인다.
「유서」를 남긴 또 한사람의 희생자는「다니구찌」씨(40·곡구정승).
그는 비행기멀미용 주머니에 연필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마찌꼬 (37·부인). 아이들을 부탁하오. 다니구찌. 6,30』. 6,30은 사고당시인 12일 하오6시30분을 가리키고있다.
그는 사고발생과 동시에 마지막 말을 아내에게 남겼던 듯 하다. 그의 유서도 호주머니에 들어있었다.
역시 이번에 희생된「요시무라」씨(43·길촌 일남)도 회사서류 뒷면에『두 아이를 잘 부탁하오』라는 내용의 짧은 유서를 그의 아내 앞으로 황급히 남겼다. <동경=최철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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