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 모든 것 알려드려요” 시민 ‘시티텔러’ 10명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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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도시 소개 전문가(시티텔러·City teller)가 등장했다. 문화유산해설사·문화관광해설사가 특정한 분야를 설명하는 데 그치는 반면 도시 소개 전문가는 탄생배경부터 디자인·건축물·생태환경까지 도시의 모든 것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게 특징이다. 도시 소개 전문가는 전국에서 처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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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시티텔러 배경서(오른쪽)씨가 지난달 28일 호수공원을 찾은 한솔중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호수의 특징을 설명하고있다. 시티텔러 10명은 1년 과정의 교육을 마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 1층 전시실. 세종시 한솔중학교 학생과 학부모 등 90여 명이 찾았다. 해설은 시티텔러들이 맡았다.

지난해 시민 지원자 뽑아 1년 교육
5월 말부터 도시 소개 전문가 활동
9명은 수도권 등지서 이주해온 주민

시티텔러로 활동 중인 주부 배경서(41·세종시 한솔동)씨는 “대통령 기록관은 옥새 모양을 본 떠 만들었다”며 “이승만 대통령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10명의 기록물 1968만여 점을 보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배씨는 2011년 말 경기도에서 세종시로 이사왔다. 이날 한솔중 학생과 학부모들은 국립도서관·컨벤션 센터·정부세종청사를 돌며 시티텔러에게 설명을 들었다. 한솔중 2학년 김원준 군은 “세종시에 거주한지 2년이 다 되지만 도시를 잘 몰랐는데 시티텔러가 알기 쉽게 말해줘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시티텔러는 세종시가 도시자원을 세종시민과 외지인들에게 체계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육성했다. 지난해 4월 시민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모집했다. 지원자 110여 명을 대상으로 면접 등을 거쳐 30명을 선발해 교육했다. 교육기간은 지난해 5월부터 1년(140시간)이다.

이들은 세종시에 있는 한국영상대학에서 ‘세종시와 국가균형발전’ ‘세종시 도시계획과 도시디자인’ 등을 공부했다. 또 ‘관광객 심리와 행동 특성’ ‘도시해설 방법’ ‘언어표현’ 등 시티텔링 기법도 배웠다. 지난 4월에는 4박5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행정도시인 프트라자야를 견학했다. 세종시는 이들 교육비로 5000여 만원을 썼다.

세종시 노동영 행정도시지원과장은 “세종시에는 벤치마킹과 관광을 위해 찾는 외지인이 많다”며 “도시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전문 도시소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세종시 홍보관과 밀마루 전망대 방문객은 연간 10만여 명에 이른다.

교육생 30명 가운데 20명은 개인사정 등으로 중도 하차하고 10명이 최종 뽑혔다. 시티텔러는 30~50대 주부·직장인 등이다. 10명 가운데 9명은 수도권 등에서 이주한 주민들이다. 지난 5월 말부터 활동에 나선 이들은 세종시민·방문객 등을 상대로 도시를 알린다. 하루 5만~6만원의 활동비도 받는다.

박민길(43·주부)씨는 “도시 전체 면적의 52%나 되는 넓은 녹지공간 등 세종시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시티텔러가 됐다”며 “세종시 홍보대사라는 생각으로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티텔러들은 올해 안에 사회적 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유일한 세종시 토박이 시티텔러인 채수정(53)씨는 “전문적인 시티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도 수익을 내 자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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