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테리어 클립] 지중해 별장의 재해석, 햄튼 스타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1면

기사 이미지

베란다 또는 정원에 두고 쓰기 좋은 핌리코의 덱체어(왼쪽). 리비에라 메종의 라탄 수납함.

미국 햄튼서 발전한 휴양지 인테리어
패브릭 소파, 라탄 가구, 댓잎 소품 등
자연 소재 사용한 화사한 실내가 특징

미국의 인테리어 역사는 길지 않다. 17세기 유럽 이주민들이 미국 전역에 정착하며 유럽식 집을 지리적 환경에 맞춰 조금씩 개조해나간 게 미국 인테리어의 시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섬에 위치한 휴양지역 햄튼의 인테리어를 뜻하는 햄튼 스타일은 그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영역으로 발전했다. 고급스러움을 기본으로 자연 소재를 활용해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게 햄튼 스타일의 특징이다.

기사 이미지

#우디 앨런의 영화 ‘블루 재스민(사진)’ 속 여주인공 재스민(케이트 블란쳇)은 뉴욕에서 손꼽히는 재력가와 결혼해 상위 1%의 삶을 산다. 맨해튼 5번가에 살면서 기분이 내키면 이스트햄튼에 있는 고급 별장으로 떠나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연다. 별장에는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 수 있는 야외 정원과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 너머로는 파스텔 컬러 벽과 삼각형 지붕, 다채로운 모양의 굴뚝을 얹은 이웃의 고급 주택들이 보인다. 여주인공과 친구들은 스트라이프 문양의 쿠션이 놓인 패브릭 리클라이너(등받이와 발판의 각도 조절이 가능한 의자)에 앉아 바퀴 달린 라탄 테이블을 옆에 두고 펀치(과일즙으로 만든 술)를 마신다.

기사 이미지

햄튼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한 서초동의 한 가정집 거실. 라탄과 리넨으로 포인트를 줬다. 김경록 기자

#서초동 고급 빌라촌에 위치한 S빌라 1층에서 햄튼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주는 공간을 만났다. 거실에 들어서면 가죽 소파 대신 굵은 주름이 잡힌 커버를 씌운 패브릭 소파가 눈에 들어온다. 그 위에는 밝은 회색 소파와 어우러지는 민트색과 흰색 쿠션이 놓여있다. 회색이 감도는 고재로 만든 커피 테이블에는 불가사리와 조개껍데기로 만든 소품이 담긴 쟁반과 라탄(나무줄기를 가공한 소재)으로 만든 수납함이 보였다. 거실의 2개 벽면에는 통창을 달아 햇볕이 잘 들어오게 했다. 한쪽 창밖에는 1층 입주자가 전용으로 쓰는 정원이 보였고, 다른 창에는 덧살을 촘촘하게 끼운 화이트 셔터 창문을 달아 화보 속 외국 집 같은 풍경이었다. 거실 한쪽에 놓인 흐드러진 야자수 한 그루, 라탄으로 만든 라운지 체어와 대나무잎을 짜서 만든 수납 바구니가 공간에 여유를 더했다.

원조는 이탈리아 리비에라 연안

‘햄튼 스타일’은 미국 뉴욕주에 속한 롱아일랜드섬 동쪽 끝, 햄튼(The Hamptons) 지역의 인테리어와 패션을 뜻하는 고유명사다. 햄튼 스타일의 원조는 이탈리아어로 해안을 뜻하는 리비에라(Riviera) 연안에서 시작됐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걸친 지중해 연안을 가리키는 리비에라 연안에는 칸, 니스, 몬테카를로 같은 휴양 도시가 속해있다.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 상류층이 몰려들어 휴가를 보내는 고급 휴양지라 대부호나 할리우드 스타의 고급 별장이 즐비하다. 실제로 ‘포브스’지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저택 ‘빌라 라 피오렌티나’도 리비에라 해안 니스 부근에 있다.

유럽 사람들도 꿈꾸는 도시, 리비에라의 인테리어와 라이프 스타일은 18세기 미국에 정착한 이주민들에 의해 미국 햄튼 지역에서 새롭게 부활했다. 롱아일랜드섬에 위치한 햄튼은 바닷바람이 부는 포근한 날씨, 해변의 아름다운 풍광까지 리비에라와 지리적 조건이 비슷하다. 햄튼은 크게 웨스트햄튼, 사우스햄튼, 브리지햄튼, 이스트햄튼 나뉜다. 영화 ‘블루 재스민’에도 나오는 이스트햄튼이 그중 가장 비싼 동네다. 스티븐 스필버그, 귀네스 팰트로가 이 지역에 별장을 갖고 있다.

그리스 신전이 연상되는 낭만 주택

영화 ‘블루 재스민’이나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햄튼의 저택들은 한 가지 양식으로만 꼬집어 정의하기 어렵다.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미국에서 유행했던 각기 다른 양식이 혼재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7세기 초 햄튼의 집은 청교도들이 지은 실용적이고 단순한 구조의 식민지 스타일 목조주택이 주를 이뤘다. 18세기에는 장식이 더해진 조지안 양식의 주택이 등장한다. 상명대 천진희 실내디자인학과 교수가 쓴 『서양 건축과 실내디자인의 역사』에는 2·3층짜리 주택 전면 중앙에 현관을 밖으로 나오게 한 돌출형 공간이 있고, 현관에 오르는 계단이나 웅장한 기둥이 있는 조지안 양식 주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런 집은 지붕 꼭대기에는 얇은 기둥을 여러 개 이어 붙인 난간을 올리기도 하고, 굴뚝을 여러 개 올려 시각적으로 더 아름답다. 19세기에는 고대 그리스의 고풍스럽고 신화적인 건축 양식이 이 일대에서 크게 인기를 끌며 ‘신전 스타일’ 집도 등장한다.

노년에 이스트햄튼에 머무르며 그림을 그린 미국 인상주의 화가 프레데릭 차일드 하삼(1859~1935)의 그림에 전형적인 이 지역 주택이 나온다. 3층짜리 벽돌집, 커튼이 휘날리는 높은 창문, 우아한 정원이 있는 그림 속 집은 바비 인형이 사는 인형의 집과 흡사하다.

아모레퍼시픽 김민선(28) 메이크업크리에이션 담당은 뉴욕대에 다닐 때 가족·친구들과 자주 이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부촌이지만 부자티를 내지않고 화이트·베이지 컬러를 기본으로 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리비에라 메종의 패브릭 소파.

고급스럽지만 따뜻한 휴식 공간

햄튼 스타일을 표방하는 네덜란드 리빙 브랜드 ‘리비에라 메종 서울’의 이유림 대표는 “집에 들어왔는데 발 뻗고 쉴 푹신한 소파 하나 없이 딱딱한 식탁이 거실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카페 같은 집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차갑고 도시적인 블랙 & 화이트 스타일, 어지럽히면 안 될 것 같은 미니멀 스타일, 현란하고 컬러풀한 에스닉 스타일은 카페나 쇼핑몰에는 적합하지만 온전히 쉬어야 하는 가정집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추구하는 햄튼 스타일은 노동 강도가 높고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우리나라 가정 환경에 어울린다. 대리석이나 유리 같은 날카롭고 깨지기 쉬운 소재가 아니라 원목, 리넨이나 면 같은 천, 라탄과 대나무잎 같은 자연 소재가 주를 이뤄 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눈이 아플 정도로 강렬한 원색보다는 파스텔톤이 주를 이루고 식물이나 스트라이프처럼 기분이 경쾌해지는 문양을 주로 쓰는 게 햄튼 스타일이다.

가구는 붉은색이 감도는 호두나무나 단풍나무보다는 오랜 시간 길들이고 말려 회색이 도는 원목을 쓰는 게 좋다. 마음에 드는 나뭇결과 컬러를 지닌 고재 테이블을 구하기 어렵다면 식탁이나 커피 테이블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파는 가죽보다는 리넨이나 면으로 만든 패브릭 소파가 좋다. 세탁이 어렵고 금방 오염된다는 편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꺼리지만, 요즘은 탈착 가능한 소파가 많이 나와서 커버만 바꾸면 분위기 바꾸기도 쉽고 자주 세탁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위생적이다.

공간을 꾸밀 때는 해변이 연상되는 소품을 활용하면 손쉽게 햄튼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10대 해수욕장 중 두 곳이 햄튼에 있기 때문에 햄튼 지역의 인테리어 숍에는 유독 바다와 연관된 소품이나 패턴이 많다. 선원의 옷을 연상시키는 스트라이프나 닻을 형상화한 문양을 프린트한 쿠션을 거실에 두고, 불가사리나 조개껍데기 담은 접시를 화장대나 콘솔 위에 두면 바닷가 리조트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라탄이나 대나무잎으로 짠 바구니, 카펫으로 포인트를 주면 외딴 무인도에 와있는 것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프리랜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미리(37)씨는 최근 국내 업체에 문의해 창문에 커튼 대신 화이트 셔터를 달았다. 베란다 창문이 주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싫어서 아예 벽면 전체를 나무 셔터로 채우는 공사를 했다. 기존 구조를 뜯거나 수리하지 않고 창문 위에 덧대는 형식이라 시간과 가격 대비 인테리어 효과가 좋다.

서울서 햄튼 스타일 완성하는 법

도산공원?리비에라 메종?은 유럽의 리비에라 연안에서 영감을 얻은 가구와 패브릭을 다양하게 판다. 라탄 바구니와 쿠션, 촛대와 거울 등 햄튼 스타일 인테리어에 특화된 소품도 다양하다. 청담동 ‘아띠끄디자인’에서 판매하는 로렌랄프로렌에는 낡은 고재로 제작한 테이블과 패브릭 소파·암체어가 많다. 지난 4월 문을 연 신사동 SPA 가구 브랜드 자라홈과 H&M홈은 합리적인 가격에 이국적인 햄튼 스타일 소품을 구하기 좋다. 아웃도어 편집 브랜드 ‘핌리코’에는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덱체어부터 수공예 라탄 바구니 등 독특한 소품이 많다.


인스타그램에서 찾은 햄튼 스타일 인테리어 팁

기사 이미지
@HAMPTONSSTYLE
흰색 접시와 파란색 페이즐리 접시를 교차해서 시원한 햄튼 스타일 테이블 세팅을 연출했다. 중간중간 은색 촛대나 투명한 와인잔을 두면 식탁이 더욱 청량해 보인다. 굴 껍데기 모양 소스 접시, 미니 화분, 면으로 만든 매트 등의 소품으로 포인트를 줬다.

기사 이미지
@TRENDMOGUL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유화나 수채화를 흰색 벽에 거는 것만으로도 바닷가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완성된다. 흰색의 깔끔한 패브릭 소파 위에 채도가 다른 푸른빛 쿠션을 여러 개 둬서 여유로워 보인다. 파란색 문양이 프린트된 카펫을 깔아 전체적으로 시원해 보인다.

기사 이미지

@VILLADELUXEBOUTIQUE
바닥과 벽을 모두 흰색으로 통일해 공간이 넓어 보인다. 창문에는 불투명한 커튼이 아니라 빛이 부드럽게 투과되는 투명 흰색 커튼을 달았다. 벽에 식물 그림 액자를 걸고 꽃을 꽂은 흰색 화병을 둬서 공간 전체가 싱그러워 보인다.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인테리어 클립]
▶인더스트리얼, 콘크리트와 녹슨 파이프의 세련된 반전
▶젠 스타일, 차가운 모더니즘에 자연을 더하다
▶프렌치 클래식, 18세기 유럽 왕가 휩쓴 베르사유의 금빛 감성

▶강남통신 기사를 더 보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