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북과 협력 중단’ 번복 재번복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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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성과인 우간다와 북한과의 안보·군사 협력 중단 선언이 자칫 ‘외교 참사’로 비화할 뻔했다.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간다 부대변인, 양국 합의 부인 뒤
외교장관 “북과 협력 중단 맞다” 진화
정부 ‘외교참사 날 뻔’ 가슴 쓸어내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이 29일(현지시간) 한·우간다 정상회담에서 무세베니 대통령이 북한과의 안보·군사 협력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는 청와대 발표를 정면 부인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샤반 반타라자 부대변인은 AFP통신에 “대통령이 (협력 중단) 지시를 공개적으로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설령 그런 지시가 내려졌더라도 그런 사실은 공표될 수 없는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 측 발표는) 사실일 수 없고 그게 국제 정치의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우간다가 북한과의 우호 관계를 고려해 ‘이중 플레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마저 제기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놀란 양국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우간다 샘 쿠테사 외교장관은 29일 현지 N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제재에 따라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간다는 핵 확산에 반대하며, 북한의 핵 개발은 전 세계에 부정적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AFP 보도 이후 우간다 외교부에 다시 확인했는데 쿠테사 외교장관이 밝힌 것이 명확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간다의 오늘 아침 신문들도 같은 제목, 같은 내용으로 보도해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우간다 영문 유력지 뉴비전이나 데일리모니터 등은 우간다와 북한의 국방 협력 중단 방침을 1면 머리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외교부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당국자는 “반타라자 부대변인은 정상회담에 배석하지 않았다”며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자의 질문에 원론적으로 대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무세베니 대통령이 총리에게 정부 부처들이 북한과의 군사·경찰 관계를 중단할 것으로 지시했다고 샤반 반타라자 부대변인이 밝혔다’는 현지발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배포했다. 급기야 오후에는 “(문제의) 반타라자 부대변인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그만큼 우간다 정부의 입장 전환은 힘든 일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북한과의 안보·군사 협력 중단을 재차 확인받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새마을 외교’로 우간다에서의 주요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무세베니 대통령과 함께 수도 캄팔라 인근의 음피지 마을에서 열린 농업지도자연수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음피지 연수원은 아프리카 최초로 문을 여는 새마을운동 지도자 교육원이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은 우간다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새마을운동의 동반자로 항상 그 길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날 ‘장관급 경제협력협의체’를 신설키로 하고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우간다를 떠나 세 번째 아프리카 순방국인 케냐에 도착했다.

캄팔라=신용호 기자, 서울=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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