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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로 그린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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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세계에서 가장 가는 펜촉의 굵기는 0.1㎜. 이 펜촉을 사포로 갈면 0.03㎜가 된다. 이 여윈 펜촉으로 1㎜ 안에 선 5개를 그을 수 있다. 펜화가 늘샘 김영택(70)씨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에서 무념무상으로 수십만 번 선을 그을 뿐이다.

펜화가협회 내일부터 전시

서구에서도 사라진 펜화의 전통을 한국적 미감으로 되살린 김씨는 ‘한국적 펜화’의 명인으로 꼽힌다. 그가 회장으로 이끄는 한국펜화가협회가 다음달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인사동 10길 경인미술관에서 제6회 회원전을 연다. 지난 10여 년 사이 김 회장의 뒤를 이어 펜화의 여러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작가 16명이 다채로운 근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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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씨는 국내외 전통 건축물의 복원에 힘써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황룡사 9층 목탑의 복원도(사진)를 내놓았다. 이 대작은 오는 8월 개관하는 경주 황룡사 역사문화관 로비에 전시될 예정이다. 고공에서 본 도시를 ‘비행산수’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안충기씨, 평양 관후리 성당 등 사라진 북한 지역의 성당을 복원하는 이승구씨 등 펜화만이 지닌 특별한 기능과 매력, 사실의 기록과 상상력의 토대가 되는 펜화의 역할을 만날 수 있다. 02-733-4448.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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