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살이…담배, 술 소비만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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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둔화, 구조조정 본격화로 일자리 사정이 악화하면서 가계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있다. 물가를 감안한 가계 소득 증가율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버는 돈이 늘지 않으니 소비 역시 정체다. 다만 담배, 술 소비는 눈에 띄게 늘었다.

27일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5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이 기간 물가상승폭(1.0%)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실질 소득은 뒷걸음질(-0.2%) 친 셈이다. 실질 가계소득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고용둔화 등으로 근로소득 증가율이 감소하고, 저금리에 이자소득같은 재산소득도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고용시장 악화에 특히 근로소득에 의존하는 저소득 가구의 타격이 컸다. 가구의 소득수준별로 5분위로 나눌 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1분위(-2.9%), 2분위(-0.9%)의 소득이 크게 뒷걸음질쳤다.
가계의 씀씀이도 마찬가지다. 월 평균 지출은 35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했다. 역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0.5%다. 지난해 4분기 정부의 각종 소비촉진책에 1.7% 증가했던 것이 올 들어서 크게 둔화했다. 이른바‘소비절벽’이 나타난 것이다.

그와중에도 가계가 지출을 많이 늘린 건 담배(30.6%), 주류(8.3%)다. 가구당 평균 3만5000원을 담배와 주류에 썼다. 주류 소비가 는 것은 1분기 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한 영향이 있다. 담배 역시 지난해 가격이 대폭 상승한 것이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담뱃값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1분기에는 가격 인상전에 ‘사재기’등으로 인상 폭 만큼 소비가 늘지는 않았다”면서“그때문에 올 1분기 증가폭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세가구가 늘면서 주거비(10.3%)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저(低)유가에 연료비(-12.2%) 부담은 줄었다. 정부가 소비절벽에 대응해 개별소비세 인하를 연장하면서 자동차 구입비용(12.9%)은 증가했다.

한편 지난해 소득분배 지표들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지난해 0.295로 2014년(0.302)보다 낮아졌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 수록 소득분배가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소득5분위 배율도 5.11배로 역시 2014년(5.41배)에 비해 하락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를 나타낸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소득분배지표는 모두 2006년 이후 가장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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