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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김승환에 쏠린 눈, 동성결혼 허락해야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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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3개국이 동성결혼을 합법화 했다. 미국·콜롬비아·네덜란드·덴마크 등 북미·남미 및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중에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곳은 아직 없다. 법원은 동성 결혼은 아직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25일 서울서부지법은 김조광수·김승환씨가 서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혼인신고 불수리 정정’ 신청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혼인제도가 다양하게 변천됐지만 기본적으로 남녀 결합 관계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었고, 아직은 일반 국민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현행법의 통상적 해석으로는 동성(同性)인 신청인들 사이의 합의를 혼인의 합의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성 간 결합을 혼인으로 인정하는 문제는 일반 국민의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결정할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법원 결정에 김조광수씨와 김승환씨는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사람은 2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결정은 평등한 권리와 정의를 수호해야 할 사법부의 책임방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조광수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왜 단지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제도 밖으로 내몰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미 연방대법, 5명 찬성 4명 반대
미국에서는 2015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사실상 동성 결혼이 합법화 됐다. 제임스 오버게펠(James Obergefell) 등 14명의 동성 커플과 이미 사망한 2명의 남성 동성애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피청구인은 리처드 호지스 미국 오하이오 주 보건부 장관 등 각 주를 대표하는 주지사와 보건부 장관이었다.

동성 결혼을 찬성한 5명의 판사는 결혼의 권리가 개인의 자기 결정권에 속하며 평등권과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혼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개인의 자기 결정권에 내재돼 있으며 결혼은 인간의 근본적 권리다. 또 결혼할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아이들과 가족들을 보호함으로써 양육·출산 등과 관련된 권리 등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연방법원 판례들과 미국의 전통은 결혼이 미국 사회 질서의 핵심 요소라는 것을 명확히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동성 결혼을 반대한 대법관 4명의 관점은 한국의 법원 판결과 흡사했다. 이들은 “결혼 제도가 시대에 따라 변했다고 하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연합'이라는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사법부가 동성 결혼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우려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국민이 (토론을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 1990년대 이후 늘어난 커밍아웃
1993년 '초동회'라는 단체가 나타났다. 게이·레즈비언 7명이 만든 공개적 모임이었다. 이듬해 초동회는 남성 동성애자 모임인 '친구사이', 여성 동성애자 모인인 '끼리끼리'로 나뉘었다. 대학 내 단체로 '컴투게더', '마음001' 등이 나타났다. 95년 '또 하나의 사랑'이 발족했고, 98년 동성애자 잡지 '버디'가 출간됐다. 같은 해 가을 제1회 서울퀴어영화제가 열렸다. 방송인 홍석천(45)은 2001년 국내 연예인 중 처음으로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김조광수씨와 김승환씨는 2013년 공개 동성 결혼식을 올렸다.

해외에서는  애플 최고 경영자 팀 쿡과 아이슬란드 첫 여성 총리인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영국 가수 샘 스미스 등이 커밍아웃을 했다. 가수 엘튼존은 21년간 동거해 온 동성 파트너 데이비드 퍼니시와 결혼식을 올렸으며,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의 미란다 역으로 출연한 신시아 닉슨(50·Cynthia Ellen Nixon)은 연인 크리스틴 마리노니와 2012년 동성 부부가 됐다.

동성 결혼이 이슈가 되면서 종교계에도 반발이 거세다. 보수성향의 개신교·천주교·불교·유교 단체들은 다음달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릴 동성애 퀴어문화축제를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근 ‘2016년 서울광장 동성애 퀴어 축제 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퀴어축제가 열리는 서울광장 옆 대한문광장에서 반대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자리가 온 국민의 동성애 반대 의사가 표출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관계
많은 동성애자는 “에이즈는 성적 정체성과 상관없이 감염 매개인과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를 할 때 감염된다”, “에이즈 감염인 중 동성애자 비율이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에이즈 감염이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에이즈 감염자의 최소 60%가 남성 동성애자이며, 실제로는 90% 정도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실제 질병관리 본부의 '2014 HIV/AIDS 신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대한민국에서 생존하고 있는 에이즈 감염자 8,885명 중 남자가 92.4%이고 여자가 7.6%이다. 2014년 내국인 신규 에이즈 감염자 1,081명 중 수혈, 혈액 제제에 의한 감염사례는 없었으며,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됐다.

# 허용이냐 불허냐의 줄다리기
세계 각국에서 동성결혼에 대해 인정하는 추세가 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반대 논란도 만만치 않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법은 동성 간의 혼인을 금지한 적이 없다. 혼인은 두 사람의 합의로 성립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헌법상 기본권은 '혼인할 권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명시적인 금지법률이 없다면 기본권의 최대 보장이라는 헌법 원칙에 따라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김민중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성 간의 사랑도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개인의 권리지만 동성관계를 법제도상의 결혼 또는 가족으로 인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권리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결혼을 법제도적으로 이해할 때는 평등이나 자유뿐 아니라 그 사회적 의미와 파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수민 기자·김기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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