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비대위원 모두 새로 검토, 중립 인사로 고민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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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4·13 총선 참패 후 당 상황을 수습할 ‘혁신형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희옥(68·사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영입했다.

당 수습 맡은 김 전 헌재 재판관
“수단·방법 안가리고 혁신 하겠다
퇴행적 관행 과감하게 깨뜨릴 것”
최경환 추천설엔 “최근 연락 안 해”
“검사답지 않은 온화한 리더십” 평판

정진석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김 전 재판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신망이 높은 분을 모시게 된 것은 당의 크나큰 행운”이라며 “(김 전 재판관에게)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를 딛고 일어서서 환골탈태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내려 놔야 할지, 뭘 버려야 할지,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국민 눈높이에서 알려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북 청도 출신의 김 전 재판관은 경북고, 동국대 법대를 졸업한 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차관을 거쳐 2006년부터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냈다. 2010년 헌법재판관 임기를 1년9개월 남기고 모교인 동국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장(2014~2016년)도 지냈다.

김 전 재판관은 “이 일이 저의 역량에 비해 살아온 경험에 비추어 과감한 것이라 생각돼 고사하고 또 고사했다”며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에서 당을 강하게 혁신해 달라는 지속적인 요청을 이기지 못하고 깊은 고민 끝에 오늘 오후 결심하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재판관은 정 원내대표가 인선한 기존의 비대위원들을 유임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정식으로 비대위원장이 되면 전면적으로, 새로 검토할 생각”이라며 “소위 말하는 중립적인 인사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친박계는 기존에 임명된 이혜훈 당선자와 김영우·김세연 의원 등을 계파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비대위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기자회견과 본지 통화 내용.

고심 끝에 수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국가 발전을 위해 정당의 역할이 중요한데 새누리당이 위기라고 하니 오랫동안 공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기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3일 깊이 고민했다.”
당내 문제를 잘 모를 거란 지적이 나온다.
“파악하면 된다. 공부하겠다.”
당 쇄신 방향은.
“정당 구성원 사이에 화합, 통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적·제도적·물적인 모든 면에서 강하고 획기적인 쇄신 방안을 마련해 이를 제대로 실현하겠다. 퇴행적인 관행이 있었다면 과감하게 깨뜨리겠다.”
최경환 의원이 추천했다던데 인연이 있나.
“최근엔 연락한 적 없다. 제가 경북 청도 출신인데 19대 국회까지 최 의원의 지역구였다는 것 정도다. 연말마다 청도 향우회가 열리지만 매년 마주친 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김 전 재판관을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와 헌법재판관으로 함께 근무한 목영준 변호사는 “정치에 잘 관여하지 않는 분인데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다고 하니 매우 뜻밖”이라며 “검사 출신이지만 검사답지 않게 학구적이라는 평판이 있을 정도로 조용한 성격인데, 지금은 온화한 리더십으로 새누리당의 계파를 포용할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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