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륙運河 건설 추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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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는 수출차질을 초래했음은 물론 대외신인도,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 등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야기했다. 특히 국적 선사마저 환적기지로서의 부산항을 기피하게 돼 부산은 상하이(上海)와의 동북아 허브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그 결과 정부의 동북아 물류중심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일단 한 고비를 넘겼지만 근본적인 물류시스템 혁신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이번 사태는 비단 화물운송 산업의 파행적 구조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물류체계가 근원적으로 왜곡돼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잦은 왜구의 침입을 피해 내륙에 인구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반면 수출 지향적인 성장을 추진한 결과 경제 활동의 대외의존도가 심화하면서 인구 중심지역과 항만을 연결하는 물류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게 됐다.

따라서 물류시스템을 합리화하는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의 도로 운송 중심에서 내륙 수운을 포함한 운송모드의 다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국내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의 물류는 수도권 항만 건설과 내륙수운을 통해 이룩돼야 한다.

유럽의 관문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도로 운송 38%, 내륙수운 31%의 균형 있는 화물운송 분담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부산항은 반출입 컨테이너의 도로 운송 비율이 87%에 이르고 있어 물류 체계의 다변화가 매우 시급하다.

과도한 도로 운송 의존도는 수출입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기업들에 커다란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기업 집적지와 수출입항을 연결하는 내륙수운 건설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도로와 철도가 잘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의 안정성 제고, 운송비 절감 등을 위해 총물동량의 4분의1을 운하로 운송하고 있다.

우리나라 내륙수운 체계의 구축은 물류 효과가 큰 경안운하와 경부운하로부터 추진돼야 한다. 경안운하는 안양천과 반월천을 터널로 연결해 수도권 물류 집적지를 관통하는 내륙 수로이고, 경부운하는 조령지역에 터널을 뚫음으로써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새로운 내륙 운송의 대동맥을 구축하는 대수로다.

이러한 수로를 통해 경부.경인 축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을 체계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운하 건설로 내륙에 입지한 기업들이, 미국의 포틀랜드와 독일의 뒤스부르크처럼 직접 해외와 연결되면 수출 화물을 동아시아 전역으로 직송할 수 있게 돼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고, 국토 내륙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다. 아울러 유럽의 예에서 보듯 수로 운송의 낮은 운임은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강화시킨다.

우리나라가 산악국가이므로 내륙운하 건설은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은 한강과 낙동강을 해발고도 1백25m에서 20㎞의 터널로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RMD운하가 해발 4백6m를 지나고, 일본의 세이칸 터널과 도버해협을 관통하는 유러터널이 5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내륙운하 건설의 어려움은 거의 없다.

운하 건설은 도로나 철도 건설과 달리 토지수용비가 거의 들지 않는 반면 방치돼 있는 하천을 정비함으로써 가용 국토를 넓히며, 수변 휴식공간 확충 등을 통해 지역 주민 생활의 질을 높인다.

그리고 연간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석산골재와 바다골재를 운하 건설의 산물인 하천골재로 대체함에 따라 자연훼손과 골조공사의 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

경안.경부운하 건설은 하천 정비를 통한 골재채취와 매립 토지의 분양으로 재원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 사업이다. 정부는 운하 건설을 통해 동북아 물류 거점의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朱明建 세종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