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6일 오전 10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만나지 못했다. 둘 중 한 명이 피했을까? 이렇다면 민감한 정치 사안이다. 오해 아닌 오해는 이날 두 원내대표의 일정을 보면 풀린다.
이날 만날 수 있었던 일정은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주최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 심포지엄에서다. 이 심포지엄은 이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우 원내대표는 행사 시작 전인 오전 9시55분쯤 행사장에 도착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이곳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이 시간에 박 원내대표는 같은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당의 ‘제7차 정책역량 강화 워크숍’에 참석해 있었다. 이 워크숍도 오전 10시에 열렸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이 두 곳 이외에도 오전 10시에 또 다른 일정이 잡혀져있었다. 같은 시간 제2세미나실 바로 옆 제1세미나실에서 열리는 ‘광주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국관광객 유치방안 국제포럼’에서 축사를 할 예정이었다.
박 원내대표는 워크숍에서 짧은 인사말을 한 뒤 곧바로 심포지엄으로 이동했다.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우 원내대표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우 원내대표는 오전 10시10분에 국회본청 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청년일자리 TF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의원회관에서 본청까지의 이동시간을 고려해 이곳에 10분 이상 있을 수 없었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는 ‘대목’이다. 각 당은 원래 매일하던 당 차원 회의는 물론 각종 행사가 줄줄이 잡혀져 있다. 38석으로 20대 국회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한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일정은 숨돌릴 틈도 없다. 박 원내대표의 하루 일정은 그래서 ‘신출귀몰’하다.
박 원내대표의 이날 일정은 오전 7시 20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출연에서부터 오후 4시30분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협력업체 대표단 5명 면담’까지 10개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지난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제1야당인 더민주 우 원내대표의 이날 일정인 오전 9시ㆍ10시ㆍ10시10분ㆍ오후 4시 등 모두 4개 보다 2배나 더 많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머니투데이 심포지엄에서 인사 말미에 “국회에 오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풍양속이 있다”며 “늦게와서 일찍 간다. 저도 이 미풍양속을 지키려고 한다”며 이내 자리를 떴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