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책은행에 투입 자금 최대 15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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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말까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투입해야 하는 자금이 최대 1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정부 추정치가 나왔다. “10조원 이상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도 이 추정치에 근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구조조정 실탄’ 규모 추정
3가지 시나리오 가정해 액수 도출
수출입은행 10조, 산은 5조 될 듯

24일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산은과 수은의 자본확충 규모 추정치를 잠정 도출했다. 2017년 말까지 두 은행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최소 2조원, 최대 15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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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구조조정 진척 경과 및 국책은행 자금 소요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한 뒤 단계별로 필요한 예상액을 도출했다. 앞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4일 언론사 부장단과의 회동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국책은행에 어느 정도의 자본 투입이 필요하겠다는 계산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추정치에 따르면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최선의 시나리오일 때 투입 자금은 2조원이면 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4조~8조원의 자금이 필요해진다. 최악의 국면이 되면 국책은행에 10조~15조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두 은행 중에서는 수은에 넣어야 할 자금이 산은 보다 1.5~2배 정도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투입자금이 15조원에 이를 경우 이 중 10조원이 수은에, 5조원이 산은에 투입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 예측이다. 수은의 조선·해운업 부실기업에 대한 위험노출액이 12조9000억원으로, 산은(8조3800억원)보다 더 높은 상황이다.

정부와 한은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는 한은이 자금을 대출하고, 정부가 보유 공기업 주식을 현물 출자해 자본확충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펀드의 자금으로 수은과 산은에 금융 지원을 한다는 게 밑그림이지만 펀드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위의 국책은행 필요자금 추정치는 펀드 규모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펀드 규모를 시나리오상의 두 번째 단계, 즉 ‘상황 악화 시’의 최대 필요 자금인 8조원 정도로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기재부는 향후 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운 만큼 펀드를 10조원 이상의 대규모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한은 대출금 10조원과 정부의 2조원 규모 현물 출자로, 총 12조원 한도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자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은이 펀드 조성용 대출금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와 한은 간 최종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한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 발표문에 ‘2단계 자본 투입이 필요해지면 한은의 직접출자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문구를 넣자고 한은에 제안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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