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저병균 끓이거나 얼리면 죽는다|비브리오패혈증 정확히 알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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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패류에 의한 비브리오패혈증에 대해 국민들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는 느낌이다. 생선이나 조개류를 무조건 기피하는 바탕에 어민은 물론, 이들을 취급하는 업소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단백질의 보고인 이들을 먹지 않음으로써 영양의 불균형이 오지 않을까가 더 염려될 정도다.
비브리오패혈증이란 「비브리오불니피쿠스」라는 세균에 의한 해수세균감염증의 일종으로 그 정체가 밝혀진 것은 불과 몇 년전의 일이다.
이 세균은 염분과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기 때문에 수온이 섭씨 17∼20도 이상 올라가는 5∼9월의 연안해수에서 갑작스럽게 번식되며 이때가 독성도 가장 강하고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세균의 번식도 줄어든다.
여름철에 숫자가 불어난 세균은 피조개·바지락·게·고막등 조개류와 생선으로 옮겨져 이들을 날것으로 먹을 때 사람에 옮겨지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세균이 몸 속에 들어왔다고 해서 모두가 패혈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 년 사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희생된 30여명의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모두가 간기능이 떨어진 간염·간경변증환자, 그리고 상습적인 알콜중독자에 국한되었으며, 또 40대이상의 남자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간은 몸 속에 들어온 병원균을 해독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간은 이물질을 걸러내는 체내검역소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간기능이 정상인 대부분의 사람은 비브리오균정도는 거뜬히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간질환자의 경우만 이 기간 중 어패류 생식에 주의한다면 크게 문제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 균이 있는 곳은 비늘 등 어패류의 겉부분과 아가미·내장부분이지 생선의 살속에까지 침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부분만 제거하고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으면 간질환자라도 생선회를 먹을 수 있다.
다만 내장과 육질을 함께 먹는 조개류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조리과정에서 얼마나 위생적으로 취급하느냐에 달려있다. 도마나 칼·행주를 통한2차적인 세균감염에 유의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비브리오균은 열과 냉동에 매우 약하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세균의 번식이 왕성한 여름철은 개인이나 업소 모두가 식품위생에 유의해야 할 계절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대로 생굴을 먹을 수 있는 달과 먹을 수 없는 달을 구별하고 있다. 즉 영어의 달이름 중에서 R자가 든 달에는 먹을 수 있고, 들지 않은 5∼8월은 먹을 수 없도록 되어있는 것은 여름의 식품위생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비브리오패혈증」 소동은 우리들에게 좋은 교훈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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