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주는 영화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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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간의 심성에는 악마적인것과 천사적인것이 모두 같이 있는 듯하다.
요즈음 선진국가의 많은 영화들은 인간의 악마적인 심성을 건드리는 소재와 내용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공동묘지에서 나온 해골들과 춤을 추고, 도끼로 사람의 이마를 부수고 사람의 심장을 파내먹고 동물과 정사를 나누고…. 심미안이 전혀 배제된 채 묘사된 이런 장면들은 현재 미국에서 상영중인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래서 미국의 종교계에서는 이들을 악마적영화(satanic movie)라고 부른다.
지금의 세계영화에는 극도의 자극을 던져주는 단순한 오락영화, 지극히 관념적인 문제영화가 대부분일 뿐 폭넓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명작이 없어져 가고 있다.
감동은 인간사이의 신뢰·희망·용기·의지·뉘우침등에서 비롯된다. 물론 인간의 나쁜 면을 들추어내는 영화가 명작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가뜩이나 메말라가는 세상에 우리의 아름답고 착한 것을 꺼내고 추한것을 반성케하여 따뜻하고 훈훈한 인간의 믿음을 심고 싶다는 것이다.
「윌리엄·와일러」의 『로마의 휴일』 ,「존·포드」의 『나의 계곡은 푸르러라』 『철도원』 『나의 청춘 마리안느』 『사운드 오브 뮤직』등은 시대가 흐른 지금에도 영화팬의 가슴에 남아있다.
우리의 관객들이 날로 우리 영화에 대해 좋은 인식을 높이고 있다.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영화보다는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의 시대가 다시 돌아와 영화예술의 사회적 소명을 다해야 할 때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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