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르크스의 예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카를·마르크스」는 1858년을 자본주의 전면 붕괴의 해로 확신했다. 1856∼57년 유럽을 휩쓴 화폐공황 무렵, 이제 혁명봉기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그 해가 바로 1858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그의 저작 『경제학비판요강』에 기술된 내용이다. 「마르크스」는 그때 결정적시기에 대비해 『새벽4시까지 미친 듯이』 저술에 몰두했다고 술회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점유의 사적 성격 사이에서 빚어지는 「필연적인 모순」 을 내포하고 있다.
경쟁을 통한 이윤 추구를 모토로 하는 자본주의는 그 발전과정에서 자본의 축적과 집중을 강화하면서 생산규모를 늘려가 끝내는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일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본가는 더 많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곧 기계설비를 고도화한다. 따라서 생산성이 오르면서 이윤액은 늘어나는데, 상품 단위당 평균 이윤율은 점점 떨어진다.
자본가는 다시 이윤율의 감소를 이윤액의 증대로 메우기 위해 자본의 집중을 강행한다.
그 결과 소수의 대자본가는 부유해지는데, 다수의 사람들은 생산수단을 잃고 노동자로 전락한다. 그런 노동자는 상대적으로 과잉하게 되고 따라서 더욱 더 빈곤해진다.
노동자의 구매력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상품 생산은 계속 늘어나는데도 유효수요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공황이 일어날수밖에 없다.
이런 공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가운데 자본주의는 조종을 울리며 필연적으로 해체되고 만다. 유물사관의 핵심이다.
1세기도 넘게 지난 자본주의의 행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전면적 붕괴는커녕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케인즈」같은 학자의 탁월한 이론에 의해 정부의 공공투자(퍼블릭 스펜딩)를 늘려 경기진작을 가능케 했다. 오히려 지금의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의 분배이론을 복지제로 흡수한 정도가 되었다.
사회주의국가들은 그들대로 자본주의의 이윤개념· 소유권· 가격체계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이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요즘 문제대학생들이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들이 주축이 된 『민중혁명』을 외치는 것은 시대착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터미놀러지 (용어) 만을「마르크스」이론서 빌어 왔다면 그 지적 미숙이 저지르는 과오가 위험천만이고, 그것이 신념이라면 더 말할 것이 없다.
물론 그런 시비는 앞으로 사직당국에서 흑백이 가려지겠지만 지적세계에서 용어의 선택과 구사는 약방문을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교훈을 찾을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