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학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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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덕상 세창양행 고왈. 이런 광고가 있었다. 1886년 2월22일자 한성주보에 실린 독일회사(덕상)의 광고다. 호랑이·소·말·여우·개의 모피를 파는 회사였다.
우리나라 신문 광고는 이것이 효시다. 내년이면 꼭 1세기다. 이때를 맞추어 우리나라 대학에도 광고학과를 설치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뜻밖의 사실은 아직 그런 학과가 없었나 하는 것이다. 미국엔 66개대학이 광고학과를 설치하고 30종의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일본만해도 그런 대학이 24개나 되며 커리큘럼도 46종에 달한다.
광고의 위력은 새삼 중언부언할 필요도 없다. 우리들이 호흡하며 살고 있는 이 대기 속에는 「산소와 질소, 그리고 광고」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 사람까지 있다.
그런 광고의 역사는 꽤 오래다.
『아무개라는 도망간 노예를 찾음. 그를 본 사람이 우리 포목점에 알려 주면 최고급 옷 한벌 마춰 줌.』 이것은 고대그리스시대의 유적에 남아 있는 광고다.
신문 광고 제1호는 1622년 영국의 한 학자가 주간지에 낸 광고다. 역시 도망간 말(마)을 찾는 광고였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성공시킨 것은 광고의 힘이라는 주장도 있다. 광고는 분업의 확대, 생산력의 향상, 교환경제의 발달을 가져온다. 자본주의의 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광고 왕국은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광고업계는 뉴 딜정책과 함께 황금기를 만났다. 미국 경제의 소비성향에 불을 댕긴 것이다.
오늘 세계적으로 광고 대국은 1위가 미국, 그 다음이 일본·서독·영국·프랑스 순이다. 예외없이 산업선진국들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운동은 흔히 광고대행사에 맡긴다. 「카터」의 선거운동을 맡은 광고회사는 입을 어느 정도 크게 벌려서 웃으라는 연출지휘까지 했다.
TV에 출연할 때는 물론 광고 연출가의 주문에 따라 얼굴 화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1인당 GNP가 2천달러를 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광고시장도 1조2천3백억원의 규모를 갖게 되었다.
이쯤 되었으면 이젠 광고문화·광고윤리를 생각할 때다. 광고는 언어와 음성과 디자인이 있는 종합예술이다. 광고의 수준은 그 사회의 수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고학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때늦은 감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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