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법사위원장 확보하려고…“외통·국방위원장 야당이 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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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통일외교안보 분야가 ‘찬밥’ 취급을 받는 건 원 구성 협상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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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상임위’로 법제사법위원장을 꼽고 있다. 전통적으로 집권당의 몫이었던 외교통일위원장과 국방위원장은 야당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야당도 수권 정당을 바라보는데 (외통위·국방위 위원장을) 경험해 보는 게 필요하다”(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유를 댄다.

원구성 협상에서도 뒷전

하지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이 본회의 직전에 거치는 최종 관문으로 ‘상원 상임위’라 불리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얻기 위해 외통위· 국방위 위원장을 내어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20대 국회가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로 꼽을 수 있는 인사가 8명에 불과할 정도로 외교안보 전문성 면에서 우려를 낳고 있는 건 각 당이 거시적 관점의 국가 어젠다보다 당장의 표 계산에 몰두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공천 과정에서부터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는 환영을 받지 못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안보 공약 발표를 맡았던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비례대표 22번으로 당선권과 거리가 멀었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지역구 선거에서 낙선했다. 그나마 국방부 차관 출신 백승주 의원, 군 장성 출신 김종태·김성찬 의원, 국정원 출신 이철우 의원 정도가 재선에 성공해 명맥을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 출신 이수혁 전 독일대사는 비례대표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그가 받은 순번은 당선권인 13번 밖(15번)이었다. 이 바람에 더민주에서 외교안보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는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인 김병기 당선자뿐이다.

국민의당에선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과 예비역 준장인 김중로 당선자가, 정의당에선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종대 당선자가 외교안보 분야 전문성과 경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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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유성진 교수는 “북핵 문제와 복잡해진 국제정세를 감안하면 현재 한반도 안보는 큰 위기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여야 공히 당장 유권자 관심을 끌 수 있는 복지나 경제 분야 출신을 최우선적으로 챙기다 보니 공천 때 당연히 들어갔어야 할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빠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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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이준한(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층이 지지기반인 새누리당은 당장 득표에 도움이 되는 외교안보 분야를 홀대했고, ‘중도 확장 드라이브’를 건 야당은 안보 관련 이슈가 선거 의제로 부각되는 걸 원치 않다 보니 외교안보 인사 영입이나 관련 공약 발굴이 저조했다”며 “여야의 ‘미필적 고의’ 속에 외교안보 분야가 사각지대가 돼버린 셈”이라고 진단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여야 모두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의 부재, 외교 마인드의 빈곤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구·유지혜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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