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왕정훈은 상대에게 압박감 주는 선수"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김경태 선수(左)와 왕정훈 선수(右)

유러피언투어에서 2연속 우승을 한 왕정훈(21)은 호리호리한 체구에 포커페이스, 정교한 쇼트게임을 한다. 그래서 딱 그 나이 때 김경태의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김경태는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후 2007년 프로로 전향해 데뷔전을 포함해 2경기 연속 우승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19일 SK텔레콤 오픈에 참석한 김경태는 왕정훈을 잘 안다. 두 선수는 지난 해 6월 타일랜드 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했다.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김경태가 우승, 왕정훈이 2위를 했다. 두 선수는 지난 1월 열린 유라시아컵에서는 한 팀으로 뛰었다. 한 조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김경태는 “왕정훈은 나와 비교하면 안 되는 더 뛰어난 선수”라고 했다. 김경태는 또 “왕정훈이 지금 우승한 게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아시안 투어 대회에 나갔다 하면 5등 안에 들었다. 선수들은 왕정훈을 언제든, 어디서든 우승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왕정훈은 샷 거리도 길고 벙커샷 등 쇼트게임 기술도 매우 뛰어나다. 짧은 퍼트를 가끔 실수하기는 하지만 5~10m의 긴 거리 퍼트를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왕정훈은 김경태의 말대로 짧은 거리 퍼트 실수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왕정훈은 "2달 전 집게 그립을 쓰기 시작하면서 짧은 퍼트의 공포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연속 우승을 거뒀다.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김경태는 “왕정훈은 본인이 압박을 받을 상황인데 오히려 상대가 압박감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무너질 상황에서도 전혀 표정 변화가 없이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하니 상대가 더 큰 부담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김경태는 “큰 투어에서 충분히 통할만한 실력을 가진 선수다”라고 말했다. 김경태는 또 “왕정훈을 싫어하는 선수가 없다. 예의도 바르고 인성도 아주 좋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경태는 SK텔레콤 1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쳤다.

이날 5언더파를 친 이상희는 “왕정훈은 샷 거리도 길고 퍼트도 좋다. 또 경기 중 압박감을 별로 안 받는 듯 하다. 무념무상의 경기를 하는 선수”라고 평했다.

영종도=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