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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파문] 청와대 '좀 더 지켜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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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 측의 심상찮은 움직임을 포착한 청와대는 일단 파문의 조기봉합에 주력하는 인상이다. 鄭대표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다 鄭대표가 '너 죽고 나 죽자'식으로 나올 경우 청와대 또한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상황인식이다.

그렇다고 鄭대표 측 일각에서 거론하는 '정치적 해결'로 사태를 마무리할 순 없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鄭대표가 검찰의 주초 소환에 불응키로 입장을 정한 13일에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검찰수사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확고하며 이 문제는 鄭대표에게도 예외가 아니다"고 거듭 확인한 것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다만 청와대는 이 문제가 대선자금을 둘러싼 여권 내 파워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함께 느끼고 있다.

鄭대표가 대선자금 2백억원 모금설을 언급한 지난 11일, 일부 언론에 "내가 鄭대표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 문희상(文喜相)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鄭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와전됐다고 극구 해명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文실장은 "당시 발언 어디에도 대통령의 의도가 담겨 있다거나 대통령 의도를 간접 전달하려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유인태(柳寅泰)정무.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 등 청와대 수뇌부도 하나같이 "鄭대표 거취는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청와대와 鄭대표 사이의 갈등설을 부인했다.

이 같은 청와대 분위기에 대해 청와대 안팎에선 鄭대표와의 정면충돌이 자칫,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민주당 신주류를 와해시키고 결과적으로 신당 추진조차 어렵게 만들 소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신주류 핵심으로 신당추진모임 기획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해찬(李海瓚)의원은 1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鄭대표의 역할론을 폈다.

"지금은 신당 논의 과정에서 鄭대표가 조정기능을 해야 하며 대표역할을 해서 전당대회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鄭대표가 빠지면 신당문제가 복잡해진다"며 "당장 사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중도파를 신당 쪽으로 흡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 사수파'인 구주류의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에게 대표직이 넘어가게 될 경우 세몰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신당파는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염두에 둔 듯하다.

다만 청와대가 고심하는 대목은 鄭대표가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커밍아웃'한 민주당 경선자금 2억여원 부분이다.

鄭대표가 검찰수사에 불응하고, 자구책 차원에서 대선자금과 관련해 추가로 '자해성' 폭로에 나설 수 있으나 이를 차단할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盧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사정기관을 권력으로부터 풀어주면서 수사의 독립을 보장했고, 성역없는 엄정한 수사를 독려해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선 개인의견으로 "대가성이 드러나지 않고, 순수한 정치자금이었다면 벌금형 정도로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결국 검찰과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다수다.

문재인 수석은 "(검찰수사에 대해선)얘기를 나누고 있지 않다"면서 "다들 걱정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文수석은 "대선자금은 당에서 모금했지 盧캠프에선 관여한 바 없다"며 일단 대선자금에 대한 시비 소지를 차단했다.

고심을 반영하듯 盧대통령은 중국에서 귀국한 10일 鄭대표를 한차례 면담한 이래 이 문제에 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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