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역세권보다 '숲세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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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말이면 도심 아파트를 벗어나 녹지로 둘러싸인 초소형 주택에서 휴식을 취한다. 로봇이 가사 일을 하고 집에 하자가 없는지 자동으로 점검한다. 새 아파트 분양 홍보물에 ‘관리비 저렴’이라는 문구가 빈번히 등장한다. 10년 후 주택시장의 모습이다.

주택산업연 25~64세 1020명 조사
교통·교육 여건보다 쾌적성 중시
단독주택 선호하는 40~50대 많아
가성비 좋은 주택 찾는 수요 늘어
관리비가 선택의 중요 변수 될것

주택산업연구원이 2025년 미래 주택시장 트렌드를 17일 발표했다.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수도권에 사는 만 25~64세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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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트렌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주거 쾌적성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10명 중 3.5명이 집을 고를 때 쾌적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우선 고려했던 교통(24%)이나 교육(11%) 여건을 앞섰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역세권 아파트보다 공원이 가까운 ‘숲세권’ 아파트를 더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대의 16%, 30대의 20%가 10년 후 단독주택에서 살겠다고 응답했다. 40대(28%), 50대(38%)는 이런 응답 비중이 더 컸다. 자연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세컨드 하우스(Second House)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응답자의 84%가 조립식이나 이동식 세컨드 하우스를 장만하고 싶어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빠르게 바뀌는 첨단 사회에서 여유 없는 일상이 자연과 휴식을 향한 욕구를 키운다”며 “과거 고소득층의 전원주택이 아닌 저렴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실속형 세컨드 하우스 보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기술의 발달로 주거 편의성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가사 서비스, 자동 하자 점검 서비스, 전문 의료 서비스 같은 주거 서비스가 일상화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주택 선택시 관리비 같은 주거비가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주택, 에너지 소모도가 낮은 저에너지 주택, 그린하우스 등 친환경 에너지 자립주택 시장이 발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더불어 채소 등을 키우는 자급자족 주택에 대한 관심이 컸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는 미래 주거비 부담의 가장 큰 고민으로 관리비를 꼽았다”며 “주거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집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관리비가 싼 주택을 찾으려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연구원은 ▶베이비붐 세대에서 에코 세대(1977~97년생)로 본격 수요 교체▶실속형 주택 인기▶주택과 공간 기능의 다양화▶임대사업 보편화를 트렌드로 꼽았다.

연구원은 주거형태에 따라 소득 증가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내놨다. 2002~2014년 자가 가구의 소득은 24.9% 오른 반면 임차 가구는 12% 증가하는데 그쳤다. 김미경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령이 낮을수록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 비율이 높고 소득 증가도 거의 없다”며 “연령이나 소득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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