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대전환…애플 주식 11억 달러 어치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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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애플 지분을 사들였다. 정보기술(IT) 회사를 배척하다 태도를 바꿔 받아들인 셈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애플 주식 980만 주를 올 1분기(1~3월)에 사들여 보유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증권거래위원회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매입 당시 주가는 109달러 선이었다. 지분 가치는 11억 달러(약 1조2900억원) 정도에 이른다.

단기 투자 결과는 좋지 않다. 버핏은 일단 애플을 저가에 매입했다. 그가 주식 매입에 나선 시점에 아이폰 판매가 시원찮았다. 연초 이후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상황이었다. 버핏 특유의 저가 매입에 성공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달 15일 현재 그의 지분가치는 8억8800만 달러로 줄었다. 매입 가치보다 2억2000만 달러(20%) 정도 까먹은 셈이다.

버핏의 애플 주식 매입은 버핏 투자 역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다. 그는 IBM를 제외한 닷컴이나 SNS 등 정보기술(IT) 종목을 외면해 왔다. 1990년대 말 닷컴 열풍이 불 때 그는 수익을 포기하면서 닷컴 종목과 거리를 뒀다. 최근 SNS 열풍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랜 세월 검증된 IBM 주식을 사들였을 뿐이다.

이런 그가 지난달 말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IT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IT 종목을 보는 그의 시각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시점으로 보면 이 주총 발언은 애플 주식을 사들인 뒤였다.

요즘 버핏은 야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다른 투자자들과 펀드를 만들어 야후 인터넷 부문을 사들이기로 했다. 비교적 뒤늦게 IT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셈이다. 그는 1963년 당시 섬유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 인수를 완료한 이후 53년 동안 꾸준한 순이익 증가를 유지하는 보험과 에너지, 식음료 등에 주로 투자했다. 반세기 만에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한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버크셔해서웨이 가치(주당 장부가치) 증가율이 최근 한자릿수로 낮아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장부가치 증가율은 6.4%였다. 50년 평균 증가율은 19.2%였다. 버핏이 지난해 평소 실력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버핏과 거꾸로 가는 투자자가 있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최근 애플의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두 사람 가운데 누가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 검증이 시작됐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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