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 100일] 상점 주인 안트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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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자유와 총은 어울리지는 않지만 지금은 겨우 얻은 자유를 총으로 지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바그다드 시내 안달루스 광장에서 '알야마먀'라는 간판이 붙은 전자제품 가게의 주인인 아마르 안트완(28)의 말이다.

가게를 대물림한 그는 치안문제가 사업에 지장을 주지 않느냐고 묻자 대뜸 계산대 뒤 창고로 가서 실탄이 장전된 AK-47 자동소총 일곱 자루와 권총 일곱 정을 들고 나왔다.

안트완은 "두번이나 알리바바(도둑)들이 들이닥쳤지만 암시장에서 산 이 총으로 모두 쫓아냈다"고 자랑했다.

지난 6월 14일로 기한이 끝난 불법무기 자진반납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생명과 재산을 스스로 지키려고 주민들이 너도나도 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장 안은 TV.냉장고.에어컨.발전기 등이 가득 차 종업원이 지나다니기도 힘들다.

매장 앞 도로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전자제품이 층층이 쌓여 길을 막고 있다. 삼성.LG.대우 등 한국 제품들도 수두룩하다. 안트완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연이어 들어선다. 호경기가 느껴진다.

안트완은 "경제제재 기간 중에는 조달청이 일괄 구매해 각 가게로 분배했기 때문에 수요가 있어도 정해진 물량밖에는 팔 수 없었다"며 "정권이 몰락하면서 분배제도가 사라지자 지금 엄청난 양이 수입되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호경기 속에 상인들은 치안부재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들의 상당수는 미군과 영국군의 주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트완은 "일부 사람들이 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주장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바그다드는 즉시 주민 간의 총격전과 약탈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바그다드=서정민 중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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