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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TV보는 남자] 소문난 '딴따라'에 즐길 것이 없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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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DB]

승승장구하던 연예 매니지먼트 이사와 가수를 꿈꾸던 재능 있는 청년이 벼랑 끝에서 만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밴드의 꿈을 함께 이뤄 간다. 지난 4월 20일 방영을 시작한 TV 드라마 ‘딴따라’(SBS)의 줄거리다. ‘딴따라’는 TV 드라마 ‘킬미, 힐미’(2015, MBC)에서 다중 인격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2015 MBC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지성의 복귀작이다. 여기에 ‘응답하라 1988’(2015~2016, tvN) 여주인공으로 기대 이상의 연기력과 스타성을 입증한 혜리가 주연을 맡았다. 이처럼 ‘딴따라’는 대세 스타의 신선한 조합으로 방영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소문난 잔칫상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믿고 보던 지성의 연기는 극의 흐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듯하고, 혜리는 수많은 드라마에서 반복된 캔디 캐릭터에 갇힌 느낌이다. 남녀 주인공의 매력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까닭은, 사실 배우들의 연기력보다 이야기 자체의 진부함 때문이다.

잘나가던 연예 매니지먼트 이사에서 일순간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신석호(지성)는 얼핏 봐도 꽤 드라마틱한 인물이다. 인생의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캐릭터로, 꿈과 욕망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 간다. ‘딴따라’는 이 신석호라는 인물의 롤러코스터 인생을 첫 회에 모조리 보여 줬다. 지성은 정상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한 신석호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번뜩이는 야망의 눈빛부터 서러운 실패의 눈물까지 끄집어내며 열연했다. 하지만 다음 상황이 훤히 내다보이는 초반 극 전개로 인해 시청자의 공감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현재 회를 거듭하며 등장인물 사이의 과거사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그와 함께 긴장감의 밀도를 높여 가고 있으나, 아직 빠른 전개에 비해 장면 간의 연결 고리가 헐거운 편이다.

혜리가 맡은 그린 역도 마찬가지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소녀 가장이 된 그는, 비록 친남매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애틋한 동생 하늘(강민혁)의 보호자다. 그린은 남동생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 와중에 아르바이트도 네 개씩 해내며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CF와 전작을 통해 밝고 건강한 청춘의 이미지를 갖게 된 혜리에게는 맞춤 캐릭터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의 그린은 오열 장면을 제외하면 기억나는 것이 많지 않다. 여주인공의 슬픔을 너무 쉬운 표현 방식으로만 내보인다고나 할까. 오히려 하늘이라는 캐릭터가 앞서 말한 두 사람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려 성추행 전과자가 되어 버린, 가수를 꿈꾸는 고등학생. 강민혁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좌절하고 도전하는 인물의 서사를 담백한 호흡으로 풀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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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는 결국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들의 성장담이다. 이 드라마에서 음악은 중요한 요소다. 밴드의 세계를 다룰 뿐 아니라, 등장인물을 잇는 결정적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딴따라’는 음악을 공들여 대하지 않는다. 하늘이 왜 그토록 가수를 꿈꾸는지, 석호가 어째서 음악 산업을 떠날 수 없는지, 딴따라 밴드 멤버들이 어떻게 음악으로 하나 되는지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 연출에 대한 아쉬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카페에서 만나는 장면을 일례로 들고 싶다. 카페 유리창 청소를 하다 자전거에 치일 뻔한 그린을 구하는 석호. 이 장면은 마치 댄스홀에 나타난 왕자가 신데렐라를 구하듯이 묘사됐다. 두 주인공을 감싸 안으며 뽀얗게 변하던 화면과 머리끝부터 손끝까지 천천히 훑어 내리던 카메라 워크는 다소 과한 느낌이었다. 이렇듯 ‘딴따라’는 어떤 맛을 내야 할지 고민하다 덩그러니 식탁에 올라온 음식 같다. 마치 이름만 바꿔 나온 예전의 그 빵처럼, 심지어 포장마저 공들이지 않은 채.

글= 진명현 (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노트북으로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 불문하고 동영상을 다운로드해 보는 남자.
애잔함이라는 정서에 취하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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