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델 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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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르델」은 27세 되던 1888년부터 68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년 동안 45점의「베토벤」청동 상과 악성을 주제로 한 많은 데생, 파스텔 작품을 남겼다.
악성「베토벤 의 격정과 고뇌, 투쟁과 환희, 그리고 오직 창작에만 매달린 위대한 인간 정신의 승리는 그대로 조각가「부르델」의 생애에 걸친 창작 세계의 특성이자 이상이였다. 「부르델」의 인간적·예술적 탐구를 통해 조형된「베토벤」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음악가의 위대한 기념비로 알려져 있다.
「로댕」이 명작『칼레의 시민들』을 발표한 1888년부터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부르델」의「베토벤」상은「베토벤」을 주제로 한「부르델」의 변주로서 45점의 청동상, 그 밖의 데생·파스텔화「부르델」의「베토벤」청동상 가운데 널려 알려진 작품으로는 1901년의 『베토벤 비극적 마스크』를 비롯하여여러 작품이 있다.
악성「베토벤」을 주제로 한「부르델」예술의 창조적 변모와 성숙의 과정을 일관성 있게 집약한 호암 갤러리 전의「베토벤 연작은 초기의 뒤틀리고 불안한 자세에서 차츰 안정된 건축적 구조와 심오한 명상적 분위기의 표출을 거쳐 마침내 불타오르는 만년의 절규에 이르기까지「베토벤」의 음악 세계의 변모와 성숙에 평행하는「부르델」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베트벤연작」은 한 위대한 조각가와 음악가의 만남이 얼마나 숙명적인 것이었나를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유근정, 서울대 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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