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서적 127종은 해금될 듯|240종 중 17종 90권은 이미 되돌려 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시비가 분분하던 이른바「이념서적」의 단속에 대한 시행착오가 시정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14일 전면적인 단속 한 달만에 압수 이념 서적 17종 90권을 되돌려 줘 시판케 함으로써 제1차 시정의 사법적 종결처리를 완료했다.
이 같은 압수 이념서적의 환부조치는 나머지 책들에 대해서도 옥석을 가리는 정밀심의가 끝나는 대로 계속 제2, 제3의 환부조치를 취해 늦어도 7월말까지는 사법상의 종결처리를 모두 끝낼 것으로 알려졌다.
문공부· 검찰· 경찰·관계기관 등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단속에 나섰던 문제 서적은 모두 2백40종이었다.
그러나 단속결과에서 실제로 압수된 서적은 1백60종이었고 나머지는 이미 절판돼 시중 서점에 없는 것들이었다.
따라서 2차 단속에서부터는 절판된 압수대상 서적 80종은 영장 발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번 해금된 서적은 문학서적이 4종으로 가장 많고 박찬종 의원(신민)의 『부끄러운 이야기』, 이영희씨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 시사평론 서적이 다음 순위다.
해금 문학서적은 시집 『겨울 공화국』(양성우), 『국토』(조태일),『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양성우)과 평론집 『한국현대사의 재조명』.
이념서적 단속결과에 대한 시정방침은 이미 전면 단속실시 이틀만인 지난 5월 11일 문공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던 「약속」이기도 하다. 약속과 함께 문제서적으로 예시한 책은 33종이었다.
그러니까 1백60종의 압수 서적 가운데 33종을 제외한 나머지 1백27종은 모두 해금될 가능성을 갖고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과연 이 같은 단속결과라면 독 안의 쥐를 잡으려다 독을 깨버린 격이고 너무나도 치밀하지 못한 투망 식의 과잉 단속이 아니었느냐는 점이다.
더욱이 그 책들이 어제오늘에 출판된 게 아니고 10여 년 전에 출판된 것도 있었다는 사실은 그 동안의 판매금지와 판매단속 사이의 혼선을 더욱 실감케 한다.
단속의 기준으로 제시된 국시인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부정 및 폭력 좌경급진사상 선동은 국민 절대 다수가 공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정책의 일관성에 있어서는 82년 5월의 이념서적 해금조치와 상충되는 면도 없지 않았다.
여당인 민정당은 임시국회 폐회 후 급진사상에 대응키 위한 「민족·민주·통일 대토론회」(8월15일 전후)를 계획, 운동권 학생까지 참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과녁을 벗어난 단속 금서는 하루 속히 해금하고 이 달 말까지 계속되는 전국적인 문제 이념서적 단속이 더 이상 시행착오를 범해서는 안되겠다.

<이은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