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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국 어떻게 극복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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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재의 경제난국과 관련해 볼때 지금 우리경세는 두가지의 큰시련에 당면하고있다. 그하나는 수익성의 공백현상이뗘 다른 하나는 탈인플레의 금단현상이다.
수익성의 공백이라 함은 우리경제가 무얼 하든지 위험은 커지고 이익은 나지않는 저수익환경을맞이하였다는 뜻이다.
그동안 우리기업의 이윤은 주로저노임·인플레·부동산수익·정부지원등 4개의 원천에서 나왔다고 볼수있다. 노임이 싸서 이윤이 남고, 판매가격을 올러서 이익을 냈으며, 부동사의 재평가이익이 보장되었으며,정부의 각종지원이 기업이윤을 뒷받침했던것이다.
산업화의 초기에는 이와같은 원시적방법에 의한 자본축적이 어느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할수록 이러한 이윤유인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그만큼 내실경영과 기술축적을 통한 생산성이윤으로 대체해가야만 하는것이며, 우리경제가 바로 그러한 변환기에 서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형편은 그러한 초기적인 이윤원천만 없어져버리고 생산성 이윤으로의 대체는 아직 준비조차 제대로 되지않은 상태에 있으니 이것이 이른바 수익성의 공백현상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옛날의 편히 벌던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고 있으며 그때의 관행에 젖어있는 것이다.
수익성의 공백현상은 필연적으로 자금난과 기업부실, 그리고 투자의욕의 위축을 불러온다.
이익이 남아서 그돈이 돌아야 기업이 건강한 것인데 이익이 없으니 자금사정이 좋을 리가 없고자금부족을 빚을얻어 메우려니 기업이 부실할수 밖에없다. 그리고 이윤전망이 어두우니 투자의욕이 위축될것은 뻔한 일이 아닌가. 지금 겪고있는 자금난이나 투자의욕문제는 돈을 덜 풀어서라기 보다는 근본윈인이 수익성의공백에 기인한다는 것을 유의해야한다.
또 하나의 시련은 우리경제에 탈인플레의 금단현상이 나타나고있다는 점이다. 「프리드먼」교수는 인플레를 알콜중독에 비유한일이 있다. 장기간의 인플레경제에서 벗어나 갑자기 물가가 안정되면 알콜중독자의 금단현상과 같은 진통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그러한 진통은 크게 두줄기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하나는 인플레로 인한 외형매출수입이 없어진다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채를 인플레가 갚아주지않기 때문에 누적된 부채의 실질부담이 갑자기 무거워진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우리기업들이 당장겪고있는 자금난·부실기업·기업도산등 심각한 어러움과 밀접한관련을 가지고 있다. 인플레가 진행되면 판매액이 계속 늘어나므로 손익의 차원을 떠나서 우선 기업이 굴러가기가 편하며, 빚을지더라도 누적되는 부채는 인플레가 대신 갚아주기 때문에 부채에 의한 성장과 부채에 의한 위기관리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제이것이 안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불경기는 이상과 같은 대내적인 요인에 해외경기침체라는 대외적요인이 가세하여 이끌어지고있다.
지난해 6.7%의 성장을 나타낸 미국경제가 올해에는 3%,내년에는 2%로 성장이 감속될전망이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기타의 선진국들도 올해들어 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올해보다도 더 어려워질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니 우리경기가 좋을수가 없는 일이다.
이와같은 상황분석을 전제로 하여 볼때 먼저 지금의 경기를 어떻게 인식할것인가하는 경기관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경제난국은 성장초기단계에서 성숙단계로의 이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마찰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할것이며. 그런만큼 그 원인에 있어서 일시적이라기 보다는 구조적이며, 그 치유에 있어서도 단기적인 접근보다는 중·장기적인 접근을, 그리고 대책의 선택에 있어서는 대증요법보다도 병인요법을 따르는것이 옳을것이다.
그리고 경기를 과거의 자로 재려는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경제가 서있는 발전단계와 성장환경을 생각할때 현재의 어려운 경제형편은 과거의 기준으로는 불경기라 하겠지만 이제 이것을 정상경기라고 생각해야 옳다.
경제난국을 타개하는 방법을 생각할때에는 인플레적인 해법에 매력을 느끼기쉽다. 그 방법이 쉽고도 효과가 빠르기 때문이다.
돈을찍어 해결한다면 부실기업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할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러할 길을 선택해서 안된다는것은 군이 여기서 거론할 필요가 없을줄 안다.
그렇다면 정도를 가야한다. 정도는 경제전체를 내핍·내실체제로 이끌면서 생산성혁신을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고통이 따르겠지만 이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과욕성장욕구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기대와 욕구의 중용을 찾아야한다. 7%이상 경제를 꼭 성장시켜야한다는 정부의 욕구, 해마다 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기업의 욕구,몇년마다 아파트를 꼭 늘려가야만 한다는 가계의 욕구…, 이제 우리경제는 그러한욕구를 그러한 속도로 충족시켜줄수는 없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책의 중심은 국제수지와 물가에 두고 성장률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경제는 기본적으로 비교우위와 개방체제의 틀위에서 이끌어가야 할것이나 과도적으로 수입과 금융동 대외개방의 속도는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내핍·내실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주도적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올해예산의 집행과 내년 예산편성에 있어서 강력한 내핍의지를 보여야한다. 그리고 경제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알려서 내핍운동에 온국민이 참여토록 해야한다.
예를들면 올림픽에 대비해서 택시를 중형차로 바꾼다고 하는데 기름 한방울 안나는 우리나라에서 소형택시를 외국인에게 보이는것이 오히려 떳떳히지 않은가.
기업은 게속 과감한 체질개선을 해야한다. 군살빼는 감량조정을 꾸준히 추진해야한다. 기업의내실강화를 위해서는 기업돈을 빼먹지 않도록 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돈을 회사에 넣어서쓰느것이 빚을 얻어 쓰느것보다는 손해가 되는 현행제도를 고쳐야 한다.
기업에 대한 자금수혈은 자본시장을 중심축으로 하여 추진하는것이 바람직 할것이다. 모든 기업이 다같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런 점에서 살아남을 기업과 도태될 기업의 본격적인 교통정리를 현실로서 받아들일수밖에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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