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한다" 여론으로 숨 죽인지 1년만에|향락업소 한술 더 떠 "흥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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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향락업소가 다시 흥청거린다. 지난해 5월 「해도 너무 한다」는 여론과 정부의 단속에 서리를 맞고 한동안 고개를 숙이는 듯 했던 퇴폐·사치의 향락업소들이 단속의 손길이 늦추어지면서 살금살금 되살아나 고급주택에까지 파고들며 퇴폐·사치의 도를 더해 『먹자, 마시자, 놀자』의 과소비를 갈수록 부채질하고 있다. 83년 1조8천억원으로 집계된 요식업소 매출은 올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나라 빚이 4백억 달러를 넘는 데다 올 들어 넉 달 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5.5%가 줄어 올해 목표 3백30억 달러 달성조차 힘겹게 느껴지는 불황 속에 유독 이들만의 호경기는 당국이 허가규제강화, 영업시간제한 등 단속대책을 발표만 했을 뿐 사실상 방치해온데다 생산업종보다 쉽게 빨리 자금회전이 되는 매력 때문에 돈이 몰리는 때문.
「과소비」가 가능한 사회 상류부유층들이 절제와 검약이 요구되는 요즈음도 「내돈 내가 쓴다」 는 그릇된 생각에 젖어있는 것도 또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소호황>
8일 하오8시30분. 서울 압구정동 H아파트단지 안 P술집. 아파트에서 불과2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상가지하실의 술집엔 토요일 초저녁인데도 손님이 꽉 차 앉을 자리가 없다. 겉보기엔 대중음식점처럼 상호하나만 붙였으나 안으로 들어가면 5∼10인용 둥근 테이블 8개가 있고 구석 쪽으로 5평짜리 룸3개가 있다. 이른바 카페식 살롱. 룸마다 화장실·카피트·옷장·전화 등 호화장식을 갖추고 완전방음을 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도 홀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주인이 작년 말 전세포함, 6천만원을 들여 꾸몄다는 것. 호스티스 윤모양 (23) 은 『룸은 뜨내기손님에겐 비밀이고 단골손님에게만 안내하는데 매일 10시 이전에 예약되거나 손님이 들며 손님이 돌아갈 때까지 새벽2∼3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일요일 친구들과 운동을 한 뒤 귀가길 하오4시쯤 신사동의 술집을 찾았던 이모씨 (47·사업·서울서초동)는 『술집 두 군데를 들렀으나 모두 자리가 찼다고 밀러나 세 번째 집에서야 술을 마실 수 있었다』며 『주변에서는 모두 불경기라는데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줄 몰랐다』고 했다.

<변태영업>
지난해 단속이후 유흥음식점허가가 억제되면서 주택가에서 대중음식점으로 허가받은 뒤 접객부와 밴드까지 두고 유흥업소영업을 하는 업소가 크게 늘어났다.
근래 큰 유행을 이루고 있는 카페식 살롱·스탠드바 등 업소가 대부분 그 같은 변태업소.
카페식살롱의 경우 작년5월 향락업소단속 후 유흥가에서 빠져 나와 주로 고급아파트단지로 옮겨 대중음식점 허가로 유흥영업을 하고있다.
H아파트주변에만 20여개, 여의도에 30여개, 이촌동·개포·고덕 등지의 아파트단지에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스탠드바 역시 마찬가지로 회전무대·분수·폐쇄 회로TV등 호화시설을 갖추고 대중음식점 허가로 주택가서 버젓이 변태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업소들은 지난해 단속 때 12시까지로 제한했던 영업시간도 안 지켜 대부분 새벽1∼2시, 스탠드바의 경우 새벽 4시까지 영업을 한다.

<말뿐인 단속>
정부는 작년 8월3일 경제 장관회의에서 「향락산업규제대책」으로 ▲음식점을 대중과 유흥음식점으로 분류해 퇴폐행위가 많은 전문음식점제도를 폐지하고 주택가에서는 신규유흥음식점허가금지는 물론, 기존술집이라도 대중음식점으로 업종을 바꾸도록 유도 ▲지방세법시행령을 고쳐 룸살롱과 헬드클럽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종전보다 7.5배, 재산세는16.7배로 높게 책정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가 있은 지 열 달이 지나도록 음식점의 업종분류에 손도 대지 못하고 지방세법을 개정해 세금을 중과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 등 아무런 후속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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