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 호칭은 말 상대따라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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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매스미디어 중에서도 TV의 영향력이 백마디의 교사 말보다 더 크다는 사실은 여러 문제점을 제기한다.
저속한 유행어의 전파에 따른 문제점은 그만두고라도 연속극 같은데서 쓰이는 말씨나 호칭을 얘기해보자.
『우리 아빠』라는 남편의 호칭에 짝이 되는 『집사람』은 과연 옳은 말일까.
『내자』 『안사람』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겸양의 미덕에서 나온 간접적 표현임은 물론인데 이것도 말하는 상대에 따라 쓸 때가 있고, 써서는 안될 때가 있다.
『어머니! 집사람 어디 갔읍니까?』 아들이 자기처의 행방을 묻는 말이다. 집을 지키고 있는 어머니는 『집사람』이 아니고 『들사람』인가. 그러면 뭐라부르면 되느냐? 아내가 남편을 지칭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내의 구습은 아예 주체를 빼든가, 아니면 『저』(음변으로 제, 지)라 하였다. 그러나 『저』는 자기를 낮추는 대명사와 같으므로 밀려나 버렸으니 『걔(그애)』라 함이 무난하다.
이것도 신혼초 아이낳기 전이고 나이 들고도 어린애가 없을 경우는 『그사람』 정도가 좋은 것이고 어린애가 생기면 그 이름을 붙여 『××어미』가 정식이다. 그런데 『어미, 애비』란 말이 요즈음 의매변천을 일으켜 격이 떨어져 쓰기 거북하면 『○○엄마』라 해도 친모나 장모는 이해해줄 것이다.
근내, 무슨 까닭인지 TV연속극에서는 상하류 가정을 막론하고 『어멈』으로 대용돼 있는것 같은데 이것은 잘못이다.
여자들이 부르는 『그이』의 용법도 생각해야 된다.
자녀를 둔 중년여인이 시고모에게도, 친정부모에게도, 시형제 및 친정형제들에게도 다 남편을 『그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그이』보다는 상대와의 연관의식으로 『형님이…』 『오빠가…』 『형부가…』 등이 좋겠고, 경어도 남편과 나이차가 심하지 않은 경우는 『형부가 그랬다』 『오빠가 그랬다우』 정도가 듣기 좋다.
한편 『벗하는』 사이, 예컨대 이웃끼리라든가 친구사이에도 자기남편에게 『이러시고, 저러시고』하고 존대법을 바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심지어 동창회에 가서 자기남편을 『우리 선생님』이라 부르고 존대법을 쓰는 것은 그야말로 불출의 하나다. 친구들이 자기남편의 제자가 아닌 다음에야 『우리 ××아버지』가 점잖다. 남편은 자기가 위하지 남에게 존경을 강요치 말라. 다만 부모에 관한 한 효를 숭상하는 국민의 공동약속이니 존대를 바침은 우리의 미속이라 할 것이다.
김용숙 <숙명녀대문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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