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야 주타누간, 태국 선수 최초 LPGA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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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야 주타누간(21)이 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무대를 정복했다.

9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바마주 프래트빌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RTJ) 골프트래일 캐피털 힐 세니터 코스에서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 4라운드. 주타누간은 역전패의 악몽이 있는 ANA 인스퍼레이션과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3홀 남기고 2타 차 선두. 막판에 무너졌던 전례가 있던 주타누간에게 2타 차는 큰 타수가 아니었다.

주타누간은 16번 홀에서 2m 버디를 넣지 못해 달아날 기회를 놓쳤다. 17번 홀에서 9번 아이언으로도 세 번째 샷을 하고도 그린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1.5m 파 퍼트를 놓쳐 결국 보기를 적었고, 2위권과의 타수는 1타 차로 줄어들었다.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마지막 3홀에서 모두 보기를 적어 우승에서 멀어진 바 있다.

주타누간은 411야드의 파4 마지막 홀에서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안전하게 페어웨이에 보내려는 방어적인 클럽 선택이었지만 러프에 떨어졌다. 핀까지 205야드 남은 거리에서 주타누간은 다시 2번 아이언을 들었다. 하지만 벙커 턱을 넘기지 못해 그린 앞 러프에 떨어졌다. 칩샷을 핀에 붙이지 못하면 보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에 주타누간은 침착했다. 칩샷을 핀 왼쪽 1m 옆에 잘 떨어뜨렸다. 차분하게 챔피언 퍼트를 성공시킨 뒤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숨 막히는 상황을 지켜보던 주타누간의 엄마와 언니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주타누간은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지만 최종 14언더파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주타누간은 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투어를 정복했다. 2013년 혼다 타일랜드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 트리플 보기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던 주타누간은 챔피언이 되기까지 3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 2013년 유러피언투어 랄라 메리엄컵 정상 등극 후 프로 투어 우승은 이번이 두 번째다.

2~5번 홀 4연속 버디를 낚는 등 무섭게 추격한 양희영은 17번 홀 보기가 정말 아쉬웠다. 그린 밖 왼쪽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이 강해 오른쪽 해저드에 빠졌다. 결국 1벌타를 받은 후 다섯 번 만에 그린에 올렸고, 5온1퍼트 보기가 됐다. 양희영은 한때 선두로 치고 나가기도 했지만 15번과 17번 홀에서 보기를 적어 13언더파로 내려앉았다. 그래도 버디 8개나 낚으며 5타를 줄인 양희영은 지난 주 텍사스 슛아웃에 이어서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박희영이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타를 줄여 11언더파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유소연은 전반에 버디 2개를 잡았지만 후반에 보기 2개를 해서 10언더파 공동 10위에 머물렀다. 김효주는 버디 2개, 보기 2개, 트리플 보기 1개로 3타를 잃어 3언더파 공동 33위까지 내려 앉았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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