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훈 유럽투어 핫산 트로피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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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훈이 유러피언투어에서 핫산 2세 트로피에서 우승했다. 왕을 뜻하는 왕(王)씨인 왕정훈은 모로코 왕을 기념해 여는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왕정훈은 9일 (한국시간) 아프리카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의 다르 에스 살렘 로열 골프장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를 기록했다. 나초 알비라(스페인)와 연장을 치러 두 홀만에 우승했다.

사하라 사막을 품은 모로코에 단비가 내렸다. 해가 나도, 웬만큼 비가 와도 모자를 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로버트 락(잉글랜드)이 모자를 쓰고 나왔다.

비 때문에 어려운 다르 에스 살렘 골프장이 더욱 난코스로 변했다. 일찍 경기를 시작한 선수 들 중에는 80대 타수를 기록한 선수가 5명이나 나왔다.

선두와 3타 차 공동 5위로 경기를 시작한 왕정훈은 차가운 비 속에서 잘 버텼다. 7번홀에서 버디 퍼트가 홀을 훑고 돌아나왔다. 8번 홀에서 첫 보기를 했지만 9번 홀 버디를 잡으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왕정훈은 후반 한 타를 줄이고 선두권 선수들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4언더파 공동 선두가 됐다. 그러나 앞조에서 경기하던 나초 엘비라가 막판 타수를 줄이면서 5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왕정훈은 파 5인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야 했다. 티샷이 러프에 가서 3온을 했다. 버디 가능성은 작았다. 약 4m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이었다. 그러나 왕정훈은 버디 퍼트를 우겨 놓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첫 번째 연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나무 근처에 멈췄다. 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3번만에 그린에 올리기는 했지만 내리막 10m 정도의 퍼트가 남았다. 그러나 왕정훈은 이 것도 집어 넣었다. 또 다시 버디로 연장 두번째 홀로 승부를 끌고 갔고 다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엘비라를 눌렀다. 왕정훈은 지난 2월 인디언 오픈에서 2위를 했으나 절치부심해 유러피언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21세의 왕정훈은 2014년 아시안투어에 데뷔해 첫 해 상금랭킹 21위에 올랐다. 지난해 9위에 이어 올해는 6위를 달리고 있다. 유러피언 투어에서 우승하면서 무대를 유럽으로 옮기게 됐다.

재미동포 대니얼 임은 합계 8오버파 공동 47위로 경기를 마쳤다. 같은 장소에서 열린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 랄라 메리엄컵에서는 최종일 비 속에서 7언더파 65타를 친 스페인의 신예 누리아 이투리오스(21)가 합계 11언더파로 6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라바트=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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