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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안녕, 노니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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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혼자 있고 싶다고 하셨어요. 우리는 부엌으로 갔죠. 완전한 침묵과 정적이 이어졌어요. 얼마 뒤 우리는 아버지가 반도네온을 연주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슬펐어요. 애절한 멜로디였죠. 아버지는 ‘아디오스 노니노’를 작곡중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아들 다니엘의 말입니다. 다니엘은 할아버지를 ‘노니노’라는 애칭으로 불렀습니다.

1954년 피아졸라 부부는 부모님께 열한 살 다이애나와 열 살 다니엘 남매를 맡기고 파리로 떠납니다. 이때 할아버지와 손자의 정은 깊어집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1959년 연주 여행 중 아버지의 부음을 듣습니다.

피아졸라는 이미 작곡해 두었던 ‘노니노’를 재구성해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슬픔을 담았습니다.

아들 다니엘의 시점으로 “잘 가, 할아버지”하며 추모를 표합니다.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지는 선율입니다.

22013년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는 새로운 프리 프로그램으로 이 곡을 선택했습니다. 현역 마지막 무대로 팬들에게 ‘안녕(Adiods)‘을 고한다는 의미였죠.

이 곡을 야노슈카 앙상블의 연주로 들어보시죠.

야노슈카 앙상블은 브라티슬라바 출신으로 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빈 필에서 제1바이올리니스트를 지낸 온드르제이 야노슈카가 결성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로만 야노슈카, 피아니스트 프란티세크 야노슈카 등 두 동생과 처남인 더블베이스 주자 율리우스 다르바시 등 가족이 구성원입니다.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셴바흐는 야노슈카 앙상블을 “탁월한 편곡을 연주하는 비범한 악단”이라고 말했습니다.

21과 22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서 이들의 연주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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