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지친 시민들 위해" 한강 멍때리기 대회…22일 한강서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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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상의 빠른 변화에 현대인이 느끼는 뇌의 피로감은 극심하다고 한다. 이때문에 단전호흡, 요가 등 명상과 체조를 토대로 뇌의 피로를 해소시키는 운동법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하지만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멍 때리기’에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22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그것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김경원 서울시 문화홍보과장은 "바쁜 일상에 지친 시민들 위해 탁 트인 한강에서 사색을 즐기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14년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제1회 ‘멍 때리기 대회’는 가치가 없다고 치부되어 왔던 ‘멍 때리기’에 목적 지향적 가치를 부여한 이색 퍼포먼스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광장에 모인 수십여명의 참여자들이 모두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광경은 우스꽝스러웠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매몰된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자는 메시지에 공감을 표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대회의 우승 조건은 무료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듣기에는 쉬워보여도 10분 이상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회 중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빨강, 노랑, 검정색 카드로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 졸리면 빨강, 목마르면 노랑, 더우면 검정카드를 흔들면 진행요원이 찾아와 도와준다.

참가자들은 심박측정기를 지니고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면 우승하게 된다. 심박수와 관람 시민투표를 합산해 최종 1,2,3등을 선정한다. 대회 우승자에겐 트로피와 상장을 수여한다.

1회 대회에서는 김지명(11) 양이 우승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김 양의 어머니 윤경(43)씨는 “정확한 개수를 밝히기 민망할 정도로 많은 학원을 보냈는데, 하루는 학원 선생님이 ‘아이가 가끔 생각이 딴 세상에 가 있다’고 했다”며 “아이를 혼내다가 대회 소식을 듣고 나왔다”고 밝혔다.

우승 후 김 양이 밝힌 멍 때리기 비결은 이렇다.

먼저, 허리를 편 다음 멀리 한 곳을 응시한다. 단색 벽이 제일 좋지만 응시하는 대상이 사람이라면 콧구멍이나 눈동자 등 특정 신체 부분에 집중한다. 지점을 정한 후 서서히 힘을 뺀다. 이후 허리에 힘을 주고 그대로 고정한다. 자칫 수면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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