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투자|중소기업·기계·섬유뷴야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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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기업들의 시설투자동향이 업종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대기업과 제철이나 반도체등 몇몇 산업분야에는 시설투자가 활발하기만 중소기업이나 기계· 섬유· 제지쪽에는 설비투자가 미진하다.
시설자금은 조건이 몹시 유리한 수출사업 설비자금 등은 한도가 거의 바닥날 정도인데 비해 산업구조의 고도화나 국제수지개선등을 위해 필요한 부품공업육성자금·기계국산화 자금등은 인기가 없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특히 중소기업들끼리의 인수· 합병은 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시설자금의 상당부분이 공장신축이나 증설등 실질적인 투자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공장인수등에 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외형상 올해 기업들의 평균시설투자가 수준은 저조하지 않지만 내용면에서는 별로 알맹이가 없다.
따라서 투자동향을 분석하는 당국과 업계의 시각에도 큰 차이가 난다.
올들어 공급되고있는 시설자금의 예를들면 지난해 말부터 풀리고 있는 4천억원의 수출산업설비자금은 지난5월말 현재 각 주거래은행들을 통해 3천5백억원 이상의 대출승인이 나 이미 한도가 거의 다 찼다.
최고금리가 연 11·5%로 일반시설자금 (연 13· 5%) 보다 훨씬 쌀 뿐아니라 외화아닌 원화대출이어서 환리스크 걱정이 없는 등 대출조건이 단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산기계구입자금이나 부품공업육성자금등은 대출실적이 몹시 부진하다.
국민투자기금 중 올해 2천1백억원이 배정된 국산기계구입자금 (금리 11· 5%) 은 지난 4월말 현재 연간 계획의 14%에 불과한 3백억원밖에 대출되지 않았다. 또 산은이 재정·국투기금등에서 재원을 마련해 올 한해 5백억원을 배정해 놓은 부품공업지원자금은 지난 4월말까지 연간계획의 단 2·2%인 11억원밖에 나가지 않았다.
국제수지개선·수출구조개선등을 위해 긴요한 기초투자가 통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올1∼4월간 중소기업은행· 국민은행등의 시설자금대출액은 전체규모가 지난해보다 약간씩 줄어든 가운데 그 중에서도 역시 국산기계구입자금등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산은이나 전경련· 상의등의 조사결과 일반기계· 섬유· 건설· 음료품· 조립금속·인쇄업종 등의 투자가 올해에는 극히 저조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경련이 최근 2백7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시설투자 전망규모는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19· 9% 늘어나는 것으로, 잡혔지만 이중 포철의 광양제철소투자와 삼성·현대·금성등의 반도체투자를 빼고나면 나머지 분야의 시설투자는 불과 8· 6%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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