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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하다 샴페인 한 잔?’ 여성고객 지갑 여는 백화점 와인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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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에 있는 마이어백화점 2층의 샴페인바 더 살롱(The salon). 부띠끄 매장, 고가의 의류매장과 인접해있다.

지난달 16일 호주 멜버른의 대형 백화점인 마이어(Myer) 백화점 2층의 샴페인바 더 살롱(The Salon).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호주 외교부가 기획한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찾은 이곳에서 40대 호주 여성 엘리스 슬로스(46)씨와 크리스틴 라이즈(40)씨가 루이로드레 샴페인을 앞에 두고 대화를 하고 있었다. 직장 동료인 이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매장에 걸려있는 옷들을 품평하기도 했다. 슬로스 씨는 “일주일에 한 번은 퇴근길에 백화점을 들러 샴페인을 마신다”며 “탁 트인 매장들을 보며 밝은 분위기에서 술을 마실 수 있어 기분전환이 된다”고 말했다.

백화점 한 가운데서 술을 마신다? 국내 고객들에게는 상상이 되지 않는 장면이다. 주류는 식품 매장에 별도 배치돼있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멜버른의 마이어 백화점은 점포에서도 가장 고가의 의류와 수입브랜드를 모아놓은 2층 매장 한 가운데에 샴페인바를 배치했다. 중년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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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마이어백화점 샴페인바에서 샴페인을 앞에 두고 백화점을 응시하고 있다. 샴페인바는 쇼핑을 좋아하는 여성들은 물론 백화점을 낯설어하는 남성들도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피터 달튼 마이어 백화점 매장운영관리자는 ”체류시간을 늘리고 소비자들의 지갑을 쉽게 열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퇴근 후 백화점을 찾는 여성들이 명품이나 고가 브랜드가 모여있는 매장 바로 옆에서 와인을 한 잔 하면 긴장이 풀어지고 여유가 생겨 소비욕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전략은 적중했다. 샴페인바는 중년 여성 뿐 아니라 쇼핑을 함께 나온 엄마와 딸, 부부에게도 색다른 휴식공간이 됐다. 오후 8시 샴페인 바를 찾은 마크 리 씨는 훈제 연어와 샴페인을 한 잔 주문하며 ”부인의 쇼핑을 방해하지 않고 같은 층에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식음 매장을 백화점 곳곳에 배치하는 것은 전세계적 추세다. 브랜드 매장과 어울리는 식음매장을 입점시키면 소비자들의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판매가 덩달아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백화점 중 명품매장과 바를 나란히 배치한 곳은 없다. 대신 디저트나 커피전문점은 백화점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장 곳곳에 식음사업장을 끼워넣었다. 본점 신관 4층 영캐주얼 매장 옆에는 브런치와 케익등을 파는 베키아앤누보를, 강남점 1층 명품매장 한 가운데에는 마카롱 전문 베이커리인 라뒤레가 들어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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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1층 명품매장 한 가운데 자리잡은 마카롱 전문점 `라뒤레`

4층 여성컨템포러리 매장에는 허브티 등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는 ‘티콜렉티브’를, 7층 남성ㆍ골프 매장에는 스타벅스가, 10층 아동용품 매장에는 카페 ‘콩부인’을 배치해 쇼핑 중간중간 쉬면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스파이스 매장’이 인기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서 본점 남성 전문관에는 톰브라운, 알렉산더맥퀸 등 럭셔리 매장 옆에 위스키를 직접 시음해볼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각 층의 컨셉에 어울리는 특색있는 휴식공간을 배치하는 데 중점을 뒀다.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은 1층에 북유럽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조앤더주스’, 프리미엄 전통식품복합형 카페 ‘명인명촌’ 등을 들였고 2층 리빙관에는 각종 가구, 식기 등 생활용품과 어울리는 꽃을 주제로 ‘플라워카페’를 입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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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1층에 입점한 프리미엄 전통식품복합형 카페 명인명촌바.

젊은이들을 상대로한 4층 영캐주얼 매장에는 캐릭터 테마카페 마조앤새디가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이 단순 소비공간을 넘어서서 휴식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멜버른=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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