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고고학은 목표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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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역사학과 고고학이 손을잡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지난 31일 전국역사학대회 현장에서 있었다.
전국의 역사학자와 학생6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역사학과 고고학」을 공동주제로 한양대에서 열린 이번 28회 대회는 역사학과 고고학이 학문적 벽을깨고 사료빈곤에 허덕이는 한국고대사연구의 한계를 극복해 보려는 자리였다. 발표엔 허승일(서울대) 이성규(서울대) 신형직(이화여대) 최몽호(서울대) 교수가, 토론엔 박권서(한양대) 양병우(서울대) 임효재(서울대)교수가 나섰다.
역사학자인 양병우교수는 토론 (사회 이기동교수 동국대)에서 『역사학과 고고학은 인간의 과거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목표를 갖는다』면서 다만 취급하는 사료만 다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역사학이 문헌사학인 반면 고고학은 유물사학이라는 것.
양교수는 『문헌사료는 과거를 알려주는데 탁월하나 유물을 가지고 사실을 밝히는 추론엔 큰위험이 따른다』면서 역사학과 고고학이 통합, 상호보완할때 좋은 성과를 거둘수 있다고말했다.
이에 대해 역시 역사학자인 이성규교수는 『좋은 문헌자료가 있다면 굳이 유물에 의존할 필요는 없지만 특히 관료사대부 중심의 정리자료인 문헌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물자료에 나타난 조각형태나 그림의 내용이 문헌자료 이상으로 당시의 사상이나 의식형태를 보여주는 면도 간과할 수없다』면서 유물자료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때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고학자인 임효재교수는 전통고고학과 신고점학이 각축하는 세계고고학계의 동향을 소개했다.
당시의 생활상 역사상의복원을 목표로 하는 전통고고학에 대해 미국중심의 신고고학과 유물이 왜 그렇게 변했는가 하는 배경적 원인이나 사회조직에까지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즉 「보이는 문화」에서 나아가 「안보이는 문화」까지 캐내려는 작업이다.
임교수는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특히 인디언등이 아직도 살아있는 미국에서와 같이 짧은 역사사회에 맞도록 개발된 신고고학적 방법을 역사가 깊은 우리 고대사연구에 그대로 도입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이들이 개발한 여러가지 방법론을 원용하면 우리 역사학과 고고학의 공동연구작업에 유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고학자인 최몽룡교수는 유물과 문헌기록을 토대로 고고학과 역사학이 결합, 공동연구할수있는 시기를 초기 철기시대이후로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역사학과 고고학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합의를 토대로 앞으로 구체적인 공동연구작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연구환경의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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