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모욕한 동거녀 살해한 70대 노인에 징역 10년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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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능력을 무시한 동거녀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70대 노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건설업을 하는 A씨(70)는 2014년 12월부터 자신의 집에서 B씨(사망 당시 56세·여)와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전립선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성관계가 어려워지면서 B씨와 갈등이 생겼다. B씨의 폭언 등으로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30일 낮 12시50분쯤 사단이 났다.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고 집 밖으로 나가려는 A씨에게 B씨가 성적 능력을 무시하는 발언과 함께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화가 난 A씨는 B씨의 목을 졸랐다. A씨는 범행 직후 B씨가 기절을 하자 평소 알고 지내던 목사와 119에 스스로 연락해 B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B씨는 이틀 뒤 숨졌다.

인천지법 형사12부(장세영 부장판사)는 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국민참여재판 내내 "범행 직후 구급차를 부르는 등 B씨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고 자수를 한 만큼 형을 감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유죄평결하고 양형 의견으로 징역 5~10년을 요구했다.

재판부도 "부검 결과 피해자의 몸에서 강하게 졸린 흔적이 발견됐고 피해자의 체격이 왜소하지 않은 만큼 피고인이 강한 완력으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압박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살려달라'고 요구하는 피해자의 목을 계속 조르고 코와 입을 막은 것도 단순히 욕을 하는 것을 제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자수는 범인이 스스로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발적으로 신고해 처분을 구하는 의사표시"라며 "수사기관이 아닌 119나 지인에게 자기 범행을 신고하는 것은 자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피해자가 평소 거친 언동을 보였고 사건 당일 피고인에게 성적 모욕을 했다고 해도 살인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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